한국롯데, 일본측 경영 간섭 불가피동생 신동주 경영권 분쟁 재점화도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 운영의 지주사 역할을 해 온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하나처럼 컨트롤해 왔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한국 롯데가 일본 경영진들의 간섭을 받는 체제가 구축되는 등 향후 갈등이 우려된다.

특히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다시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져 또 다시 위기를 맞게될 전망이다.

21일 롯데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후 2시 이사회를 열고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 건을 승인했다. 
 
신 회장의 구속이 일본법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가 신 회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일본의 경우 기소 시 유죄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것이 관행"이라면서도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롯데홀딩스의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당사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신동빈 회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사직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 부회장으로 변경됐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롯데홀딩스는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앞서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이날 이사회 전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도 흘러나왔지만, 
롯데는 신 회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일본롯데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사의를 표명하는 일본 관행에 관해 얘기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기업 총수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뒤 거취가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대표이사가 검찰 조사 뒤 기소되는 경우 이사회에서 곧바로 해임 절차를 밟는 게 오랜 관행이다. 

롯데 관계자는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롯데 경영 간섭 불가피…호텔 롯데 상장도 물거품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임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이기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를 매개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28.1%를 보유하고 있는 광윤사이고,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다. 광윤사를 제외하고 종업원지주회(27.8%), 5개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순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지만 당초 광윤사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로 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신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이런 구도는 깨지고, 50년간 이어온 롯데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한국롯데에 대한 일본롯데의 경영 간섭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경영진이 한일 롯데를 운영할 경우, 한국 롯데가 투자를 위해 의사결정하는 과정이 예전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호텔롯데 지분 99%는 일본 주주들 손에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이뤄질 경우 일반 주주의 비중은 40%대로 높아진다. 때문에 신 회장도 최근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롯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업계에서는 롯데지주가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 일부를 처분해 호텔롯데의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것이라는 애기도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롯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오른쪽).ⓒ롯데


  • ◆신동주와의 경영권 분쟁 재발되나… 재계 "이번 기회 놓치지 않을듯"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되자 입장자료를 내고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며 극도로 우려되는 사태"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씨의 즉각적인 사임, 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과 살리기가 롯데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경영권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일본 주주들이 신 전 부회장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신 회장이 우세했던 경영권 분쟁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오래 전부터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고 분쟁을 만들었던 만큼 이번 기회를 그냥 지나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 결정이 내려지면 별도로 입장을 표명하고, 바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구속과 함께 바로 입장자료를 낸 것으로 보아, 이번 기회를 틈타 적극적으로 경영권 탈환에 나설 수 있다"면서 "경영권 분쟁 뿐만 아니라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