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홍대 시대 개막…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큰 그림애경산업, 22일 코스피 상장… 시장 기대감은 '불투명'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백화점 사업 부진… 新도약에 앞서 해결해야할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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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애경그룹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이 올해 사옥 이전과 상반기 예정된 애경산업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비누와 세제 등을 만드는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모태로 한 애경그룹은 생활용품과 화장품, 백화점, 화학, 부동산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20개 계열사를 보유한 유통 대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왔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신사업을 주도하는 등 애경그룹의 몸집을 키워온 장본인으로 꼽힌다. 채 총괄부회장은 올해를 애경의 대도약 원년으로 삼고 기업문화 혁신과 신성장동력 발굴, 윤리경영 등 이른바 3S(SMART, SEARCH, SAFE)에 4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며 애경그룹의 퀀텀 점프를 과제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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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그룹 홍대 신사옥 조감도. ⓒ애경그룹
◇ 애경그룹, 홍대 시대 개막…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큰 그림
애경은 오는 8월 서울 구로 사옥을 벗어나 공항철도 홍대입구 역사 신사옥으로 사옥을 이전하며 '홍대 시대'를 연다.
애경그룹은 지난 10년간 지주회사 전환, 이익중심경영, 사업효율화 등에 집중해왔다. 지난해엔 제주항공, 애경유화, 애경산업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실적에서 사상 최대 성과를 냈다.
최근 10년간 수익 중심의 경영을 한 결과 2008년 이후 재무구조가 매년 개선됐고 연평균 19%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3S로 요악하고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 추진, 신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전년대비 20%대의 영업이익 성장을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 4600억원을 투자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1300여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애경그룹 홍대 신사옥에는 그룹지주회사 AK홀딩스를 비롯해 애경산업, AK켐텍, AM플러스자산개발, AK아이에스, 마포애경타운 등 6개 계열사가 입주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을 제외한 그룹의 주요 회사가 신사옥으로 모이게 되면 채 총괄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대 사옥 입주로 각 사간 활발한 소통 및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신사옥이 완성되면 여행 및 쇼핑, 생활뷰티 등 애경그룹의 소비재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옥 규모는 연면적 기준 약 1만6000평(5만3909제곱미터)으로 복합시설동(판매시설, 업무시설, 숙박시설, 근린생활시설)과 공공업무시설동 등이다.
올해 7월 준공 목표로 그룹 계열회사에서 이용하는 업무시설(7~14층) 외에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Holiday Inn Express Seoul Hongdae) 호텔이 294실(7~16층) 규모로 들어선다.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판매시설(1~5층)이 입주할 계획이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올 초 임직원들에게 "올해는 낡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대도약해야 할 원년"이라며 "쾌적하고 효율적인 신사옥 근무환경에서 임직원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기 기대하며 훗날 홍대 시대 개막이 애경그룹의 새로운 도약의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애경그룹의 역사가 담긴 구로를 떠나 홍대 신사옥으로 이전하는 것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 발을 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올해를 도약의 원년이라고 강조한 만큼 홍대 신사옥 시대가 개막하면 애경그룹의 본격적인 도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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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산업. ⓒ애경그룹
◇ 애경산업, 22일 코스피 상장… 시장 기대감은 '불투명'
애경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오는 2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애경산업은 오는 2020년 1조원대 매출과 영업이익률 1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애경산업은 국내 최초·최장수 주방 세제인 '트리오'와 치약 브랜드 '2080' 등 생활용품 브랜드를 만들고 있으며 '견미리 팩트'로 유명한 '에이지트웨니스(AGE 20's) 에센스 커버팩트'가 지난해 홈쇼핑에서만 1300억원 이상의 판매 기록을 올리는 등 화장품 시장에서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결과 애경산업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15년 14.3%, 2016년 25.9%,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6% 등으로 높아졌다. 수익성이 높은 화장품 매출이 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4405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329억원으로 집계됐다.
애경산업은 중국, 러시아, 미국(아마존) 등에서 판매 채널을 확보했고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유통 경로를 개척하고 있어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시장의 기대감은 불투명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이슈와 중국 시장 내 화장품 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중국 현지법인 영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 중국시장의 글로벌, 로컬 브랜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매출 성장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경산업은 지난달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을 핵심 투자 위험으로 꼽았다.
회사 측은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인 CMIT/MIT는 위해성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관련 실험이 진행 중"이라며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확정되면 해당 제품과 관련한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크며 소송 결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대규모 손해배상금 지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위험 요소 때문에 애경산업이 상장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7600억∼89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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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플라자 분당점 현재 모습. ⓒAK플라자
◇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백화점 사업 부진… 新도약에 앞서 해결해야할 과제
애경그룹이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지만 새로운 시작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지난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애경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이자 과제로 남아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3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일으킨 애경산업 전직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숨기고 안전한 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표시·광고한 행위에 대해 1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공정위는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 중단일인 2011년 8월 31일 이후에도 이 제품이 판매됐다는 증거를 찾으면서 재조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가 지남에 따라 검찰 고발을 할 수 없었던 공정위가 최소 2013년 말까지 이 제품이 팔렸다는 매출 기록을 찾으면서 재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독성 물질이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집단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약 93억원의 분담금을 지급했다.
업계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 애경은 해당 이슈에 대한 리스크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애경이 아직까지 책임을 인정하거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애경은 불법파견 논란으로 지난해 홍역을 앓았다. 이에 애경그룹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판촉사원 약 700명을 연내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뒤늦게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경그룹의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AK플라자의 실적 하락도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백화점 사업을 주업으로 하는 애경유지공업은 현재 총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별 매출 순위에서 AK플라자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점포는 전체 중 17위를 차지한 수원점으로 5434억원을 기록했다. 본점인 구로점은 65위로 매출은 159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원주점은 1375억원으로 조사대상에 포함된 72개 중 69위를 차지했다.
AK플라자 5개 매장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1조5245억원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5개의 백화점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AK플라자는 경기도 안산과 세종에 신규출점을 하는 등 사업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이지만 백화점 업계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와의 경쟁에서 차별점이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67억원,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고 채몽인 선대 회장·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6년 총괄부회장에 올라 애경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은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 최대 주주로 16.14%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2월 기준 AK홀딩스 지분은 장영신 회장의 차남인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가 9.34%, 삼남인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이 8.30%, 장영신 회장이 7.43%, 외동딸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 3.85%,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아내인 홍미경 씨가 0.0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