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삼전 노조 영업익 15% 요구, 근로조건 아닌 경영판단 영역SK하이닉스발 성과급 산업계 도미노 확산 우려이익 성과급 고정화 땐 배당·퇴직금·주주권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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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산업계 성과급 체계 전반을 흔드는 법적·산업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핵심은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했느냐가 아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라는 요구가 과연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파업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본질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제도화 요구에 대해 통상적인 근로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걸 합법적인 쟁의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서 노조가 영업이익 배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고 지적했다.이번 갈등은 삼성전자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제도화 논란의 불씨를 키운 뒤, 삼성전자 노조 요구도 더 강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교수는 SK하이닉스의 성과급 합의에 대해 “당사자들이 합의한 것이므로 막을 수는 없지만, 사후적으로는 경영 판단에 대한 평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 결정이 쏘아올린 공 때문에 삼성전자가 유탄을 맞은 셈”이라고 했다. 특정 기업의 합의가 산업계 전체의 성과 배분 기준을 끌어올리는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다.◇쟁점은 파업권보다 '영업이익 배분권'박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정당성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업이익의 일부를 고정적으로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가 과연 통상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이익금을 어디에 우선 투자할지는 기본적으로 경영 전략적 의사결정 영역”이라고 말했다.쟁의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파업 목적까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박 교수는 “영업이익 일부를 고정해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업이 경영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영역을 노조가 파업권을 무기로 요구하는 것”이라며 “필연적으로 경영권과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현행 OPI와 특별보상을 결합한 유연한 보상안을 제시하며, 반도체 업황 변동성을 감안한 지급 구조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박 교수는 일반적인 임금 인상이나 복리후생 확대와 영업이익 배분 요구는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임금 인상률, 수당 신설, 복리후생 증액은 통상적인 근로조건 결정 문제일 수 있지만, 영업이익 자체의 배분 비율을 고정하는 것은 기업의 전략 자산 배분 문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그는 “통상 이런 이슈는 노사협의회 등 경영 참여 영역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경영진이 결정하는 문제”라며 “파업을 무기로 실력으로 쟁취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요구가 일반적인 노동쟁의 영역으로 인정되는 순간 모든 기업에 도미노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SK하이닉스 합의가 만든 ‘성과급 도미노’ 우려박 교수는 SK하이닉스 성과급 합의가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미친 파장도 짚었다. 그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그 합의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면서도 “그 회사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이어 “그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지를 인식해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그 흐름에 편승할 수 없는 만큼 여기서 단절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이는 SK하이닉스의 성과급 합의가 삼성전자 노조 요구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특정 기업이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구조를 받아들이면, 다른 기업 노조도 같은 방식의 배분을 요구할 명분을 얻게 된다. 성과급 제도화가 기업별 자율 합의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 임금협상의 새 기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리스크다.박 교수는 이런 흐름이 해외 투자자와 주주 평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기업들의 미래 전략 자산이 이런 식으로 소진돼도 되는지, 해외 투자자들이 대한민국 기업의 미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며 “주주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결정에 대해 주주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겠느냐”고 지적했다.성과급을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익 배분 순서와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누가 결정하느냐의 문제라는 얘기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에 번 돈을 다음 공정, 장비, 연구개발, 첨단 패키징에 재투입해야 다음 사이클을 버틴다. 영업이익 일정 비율이 성과급으로 먼저 고정되면 투자 판단의 유연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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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 고정화, 배당·퇴직금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화의 파장은 성과급 지급 규모에 그치지 않는다. 박 교수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이 매년 반복 지급되는 구조가 되면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과 충돌하고, 향후 임금성 논란까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봤다.그는 “영업이익 일부가 성과급 재원으로 먼저 고정될 경우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여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주주와 노조 간 갈등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기업에 투자한 주주는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투입한 만큼, 이익이 났을 때 주주환원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박 교수는 “종업원에게 먼저 고정해서 주라고 하면 주주들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당으로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이익이 생겼다고 각 이해관계자가 ‘우리 몫부터 내놓으라’고 하면 기업 경영은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퇴직금과 통상임금 문제도 잠재 리스크다. 박 교수는 기존에는 OPI의 지급 여부와 금액이 유동적이어서 임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능했지만, 일정 비율이 고착화되면 법원이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고 봤다. 만일 영업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이 퇴직금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는 “기본 연봉 외에 실적 연봉을 고정적으로 받는 공식이 성립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을지 다시 법원에서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적 분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OPI 제도화가 단순히 올해 성과급을 더 받는 문제가 아니라 평균임금·퇴직급여 산정, 임금성 판단, 주주환원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긴급조정권, 총파업 전 노사 압박 카드 될 수도삼성전자 총파업이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 긴급조정권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 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수단이다. 발동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박 교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경제적 비중과 공급망 파급력을 고려하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을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구매 사업장들도 하이테크 기업들”이라며 “기업 하나의 내부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주식시장 불안도 변수로 꼽았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주식시장 불안의 트리거 역할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큰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다만 긴급조정권은 노동3권을 제한하는 성격이 있어 실제 발동에는 정부 부담이 크다. 박 교수도 최선은 자율교섭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화가 평행선을 달릴 경우 긴급조정권 검토 자체가 노사 모두에 압박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그는 “가장 좋은 것은 자율교섭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면서도 “과연 자율적으로 교섭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긴급조정을 가지고 압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그 압력을 받아들여 자율교섭에 나선다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지만,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면 긴급조정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에 대해서는 파업 전체를 막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대상이 안전보호시설이나 웨이퍼 변질·손상 방지 등 일부 민감 공정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박 교수는 “경영성과급 자체가 파업권의 대상인지 여부가 더 중대한 문제”라며 “노동쟁의의 대상인지 본안 판단이 필요하다면 본안 판단 전까지 파업권 행사를 유보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