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확산에 CPU·메모리·스토리지 동반 수혜삼성·하닉 목표가 상향, 반도체 재평가 본격화가격보다 물량 확보, 2027년 공급전이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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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AI(인공지능) 반도체 수혜의 중심축이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서버 D램, 엔터프라이즈 SSD(eSSD), CPU(중앙처리장치) 연계 메모리로 넓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GPU(그래픽처리장치)에만 머물지 않고 CPU, 메모리, 스토리지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는 시장의 기준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과거 메모리 산업은 가격 급등 뒤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 공급 과잉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시클리컬(경기 순환) 업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공급계약, 제한적인 증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안정성을 다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경쟁의 축도 단기 가격 협상에서 2027년 이후 물량 확보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수혜, HBM에서 서버D램·eSSD로 확산

    12일 업계에 따르면 AI 서버 투자는 메모리 수요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서버향 CPU 시장의 회복이 메모리 수요 기대를 다시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AMD와 인텔의 서버용 CPU 성장세가 확인되면서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사용량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가격 지표도 수요 확산을 뒷받침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4월 PC D램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26% 올랐고, 서버용 D램 가격은 전월 대비 4% 상승했다. 모바일 D램 가격은 2분기 기준 전분기 대비 76% 급등했다. 낸드 역시 웨이퍼 평균 가격이 전월 대비 6% 올랐고, 클라이언트 SSD와 엔터프라이즈 SSD 가격은 전분기 대비 70~75%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AI 수요가 HBM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추론 AI와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데이터 처리량과 저장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서버 D램과 eSSD가 추가 수혜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저장장치 총량이 늘어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 기반도 넓어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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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하이닉스 목표가 줄상향 … 핵심은 이익 안정성

    증권가의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S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0만원, SK하이닉스를 300만원으로 상향했다. 대신증권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5만원, SK하이닉스를 250만원으로 제시했다.

    핵심 근거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이익 창출 구조의 변화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랠리는 저평가 해소 차원이 아니라 ‘이익 창출력의 구조적 제고’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보인다"며 "장기공급계약이 확대되고 고객사와 제품별 가격 조건이 달라지면서 과거처럼 일률적인 가격 사이클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메모리 산업의 변동성이 낮아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응용처별 맞춤형 가격 전략, 장기공급계약, 캐팩스 통제가 결합될 경우 가격 급등락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였던 과거 사이클과 다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규 팹 공간 부족과 장비 반입 시점 조절도 공급이 단기간에 급증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회복 기대도 추가 변수다. 업계에서는 선단공정 가동률 회복, 2나노미터 수주 가능성, 성숙공정 협업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메모리 재평가에 파운드리 경쟁력 개선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보다 물량 … 2027년 공급전이 관건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은 수요자에서 공급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빅테크와 서버 고객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HBM뿐 아니라 고용량 서버 D램과 eSSD 물량까지 중장기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장기공급계약은 이번 사이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고객은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메모리 업체는 수요 가시성을 높여 대규모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 과거처럼 가격 급등 뒤 급락으로 이어지는 메모리 사이클의 진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2027년 이후에도 이어질지, 빅테크의 캐팩스(설비투자) 속도 조절이 나타날지, 세트 수요 둔화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얼마나 흡수할지가 관건이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더라도 무리한 증설이 반복되면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보다 물량이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는 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단순 생산능력이 아니라 고객별 공급 안정성, 선단공정 수율, 캐팩스 통제 능력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