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사후조정, 노조 중단 요청에 조정안 없이 종료오늘 가처분 심문이 총파업 향방 가를 1차 분수령기각 땐 파업 명분 강화, 긴급조정권 압박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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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중앙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법원과 정부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는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했고, 중노위는 공식 조정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절차를 종료했다. 

    다만 정부와 사측은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물밑 대화와 법원 판단, 정부의 긴급조정권 검토 가능성이 동시에 맞물리는 국면이다.

    쟁점은 단순한 보상 규모가 아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현행 OPI와 특별보상을 결합한 유연한 보상안을 제시했다. 호황기 성과는 더 나누되, 반도체 업황이 꺾일 때까지 감안해 성과급을 고정비처럼 묶어두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결렬 선언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회사는 “정부가 어렵게 만든 사후조정이 노조의 결렬 선언으로 무산됐다”며 “정부가 노사 양측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노조가 새벽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주주와 국민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노조가 경영실적에 따른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고 경직된 제도화만 고수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결렬에도 파업 전까지 물밑 대화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중재안도 못 낸 결렬 … ‘제도화’ 충돌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을 이어갔다. 2차 회의는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전 2시 53분까지 약 17시간 진행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노위는 사후조정 종료 뒤 “양측 주장의 간극이 크고 노조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 조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중재 절차가 멈춘 셈이다. 협상판을 더 끌고 가며 절충안을 받을 여지보다, 노조가 ‘제도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결렬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조정안 초안이 요구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과급 상한 폐지, 투명화, 제도화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봉의 50%로 설정된 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15%가 어렵다면 1~2% 낮추더라도 OPI 주식보상제도 확대 등 비율과 제도화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사측이 경계하는 대목은 보상 확대가 아니라 영업이익 고정 비율이다. 반도체 업황은 급등락을 반복한다. 호황기에는 막대한 이익이 나지만 불황기에는 감산과 적자도 감내해야 한다. 성과급을 영업이익 비율로 못 박는 순간, 경영 상황에 따라 투자와 비용을 조절해야 하는 기업의 유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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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법원 판단이 첫 고비 … 인용·기각 모두 파장

    첫 분수령은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측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2차 심문이다. 삼성전자는 안전보호시설의 정상 유지·운영, 웨이퍼 변질 및 부패 방지 작업 유지 필요성 등을 이유로 위법 쟁의행위를 막아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반도체 라인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 일부 공정이 멈추면 단기간에 정상화하기 어렵고, 클린룸·화학물질·웨이퍼·장비 운용이 맞물려 있어 안전과 품질 관리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파업이 단순한 생산량 감소를 넘어 납기 신뢰와 고객 대응력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처분이 일부라도 인용되면 노조의 행동 반경은 줄어들 수 있다. 파업 자체를 원천 봉쇄하지는 못하더라도 라인 점거, 안전보호시설 운영 저해, 필수 관리 공정 차질 등 위법 소지가 있는 행위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노조의 총파업 동력을 약화시키고 막판 자율협상 여지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면 노조는 적법 쟁의행위 명분을 앞세워 파업 수순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파업 참가 규모를 5만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13일 오전 10시 기준 전체 조합원 7만3000명 중 4만160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긴급조정권은 최후 카드 … 정부도 부담

    가처분 이후 시선은 정부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파업이 현실화하고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정권 발동 요구가 커질 수 있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발동할 수 있다. 발동되면 쟁의행위는 즉시 중지되고 30일간 재개할 수 없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관련해 “대화로써 해결해야 한다.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대해 “대화가 필요하고 절실하다”며 “파업하고 말고는 노조의 선택이지만,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물밑이든 물 위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중노위 사후조정에 대해서도 “정부 사후조정에는 기한이 없고, 자율교섭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조가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했더라도 정부가 협상 종료로 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동부와 정부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총파업 전까지 물밑 접촉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수단인 만큼 실제 발동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과거 대한조선공사 파업, 현대자동차 파업, 대한항공·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등 발동 전례도 4차례에 그쳤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노사 자율 원칙 훼손 논란이 커지고, 반대로 손을 놓으면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긴급조정권은 실제 발동보다 노사 양측을 압박하는 최후 카드로 먼저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에는 파업의 사회적 비용을, 사측에는 추가 협상 여지를 동시에 상기시키는 방식이다. 정부가 “대화”를 강조하는 것도 긴급조정권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협상 압박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회사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총파업 전 물밑 협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며 “다만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 긴급조정권 논의가 급격히 부상할 수밖에 없어 노사 모두 산업 피해를 최소화할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