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현대·삼성·대우조선·한진 등에 제안 요청서(RFP)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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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놓고 조선소 선정작업에 들어가자 조선업계도 일감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한진중공업 등 4개 업체에 컨테이너선 발주 참여를 제안하는 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당초 현대상선이 발주에 나설 조선소 범위가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확인 결과 한진중공업까지 포함된 것이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 5일 발표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 아시아~북유럽 노선 투입을 목표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다고 밝혔다. 

2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선 12척은 아시아~ 북유럽 노선에, 1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은 미주동안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선박을 건조할 조선소가 정해지면, 건조의향서(LOI) 체결, 건조계약서 체결 등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020년 환경 규제에 맞춰 순차적으로 선박을 인도 받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발주를 몇 곳에 줄 지, 선정 기준을 어떻게 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선사의 규모와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올 상반기 중으로 최종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력은 '비슷'…여러 군데서 나눠 건조 진행될

수주 절벽에 시달리던 조선업계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3조원 규모의 발주 소식에 고무된 분위기다. 이미 친환경 선박 건조를 위한 기술은 확보된 상태라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사는 LNG 추진 방식의 선박을 건조하거나, 발주 예정인 모든 신조선에 스크러버를 장착해야 한다. 이에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이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약 40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선박 시스템 개발에 나서는 등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최근 울산 본사에서 선박의 배기가스를 물로 세척해 유해물질을 최대 99%까지 저감하는 세정설비(스크러버)에 대한 실증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다.

또한 엔진 친환경 설비인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에 대한 독자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중형엔진용 저감장치에 이어 2016년 대형엔진용도 개발하면서 중형·대형 선박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모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일 LNG선 2척을 포함해 올해 들어 14척을 15억8000만 달러에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감 확보를 위해 연료저감기술과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적용한 LNG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수주 활동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고효율 엔진과 최신 연료 절감기술 등이 장착된 선박 건조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에만 LNG운반선 4척을 포함해 총 10척, 약 12억 달러의 선박을 수주해 두 달 만에 지난해 전체 수주 실적의 40%를 달성했다. 
한진중공업은 5000톤급 LNG 벙커링선을 지난해 초 세계 최초로 건조해 성공적으로 인도를 마쳤다. LNG 벙커링선은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에 가스연료를 공급하는 배로 주로 바다 위에서 LNG 연료 추진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주인이 산업은행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이 상대적으로 수주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형평성 측면에서 여러업체가 나눠 수주할 것이란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은 워낙 물량이 많기 때문에 2020년까지 인도하기 위해선 여러 곳이 나눠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조선소의 기술 수준은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조선소 도크나 제작 기한 등을 고려해 현대상선이 발주 업체를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