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적자 최고치 경신… 티몬, 회계기준 변경으로 400억원 손실처리 하지 않아
위메프, 손익개선 가장 빨라… "단 오픈마켓 미도입 발목 잡을 수 있어"
  • ▲ 쿠팡, 위메프, 티몬 로고. ⓒ각사
    ▲ 쿠팡, 위메프, 티몬 로고. ⓒ각사


    소셜커머스 기반으로 시작한 쿠팡, 위메프, 티몬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공개된 가운데, 위메프가 양사보다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의 경우 매출이 증가했지만, 적자도 함께 늘었고 티몬은 리빙소셜커머스와 합병 당시 공시했던 무형자산 손실처리를 회계연도 변경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2조6846억원, 영업손실 63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대비 40.1% 증가한 수치지만, 영업손실액도 13%가량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메프의 경우 지난해 매출 4731억원, 영업손실 417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3691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었고 영업손실도 전년(636억원)대비 34.4% 개선했다. 티몬도 지난해 매출 3562억원, 영업손실 1185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대비 35% 증가, 영업적자는 24% 감소하면서 양사는 흑자전환 가능성을 높였다.

    쿠팡의 경우 매출 증가 폭이 크고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이다. 위메프와 티몬은 매출과 영업손실을 개선해 향후 비전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과 티몬의 경우 이번 실적을 단순 수치로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쿠팡의 경우 매출만 보면 양사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 같지만, 이는 직매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위메프와 티몬은 직매입과 판매 수수료 매출이 거의 비슷한 반면, 쿠팡은 직매입이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했다.

    직매입은 A 회사가 1만원짜리 물건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9000원에 팔게 되면 매출은 9000원으로 측정된다. 매출은 9000원이 되지만, 반대로 영업손실도 1000원으로 표기되는 방식이다.

    반면 판매 수수료의 경우 B 회사에서 중개업자가 1만원짜리 물건을 팔면 B사는 수수료의 10%인 1000원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즉 매출은 적지만, 영업손실도 생기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상 당연히 쿠팡이 위메프나 티몬보다 매출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쿠팡의 매출이 양사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정론이다.

    티몬도 지난해 리빙소셜커머스와 합병하면서 무형자산을 12년씩 나눠 약 400억원씩 손실 처리하겠다는 내용을 회계기준 변경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티켓몬스터와 페이퍼컴퍼니 리빙소셜코리아는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티켓몬스터가 리빙소셜코리아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이후 티켓몬스터와 리빙소셜코리아는 하나의 회사로 합쳐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5년 -2241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켓몬스터는 2016년 2067억원으로 자본 총계가 4917억원 증가했다. 티켓몬스터가 리빙소셜코리아를 흡수합병하면서 리빙소셜코리아의 무형자산 장부가액을 합했기 때문.

    무형자산은 영업권과 기타무형자산으로 나뉘는데 영업권의 경우 통상적으로 기업 가치를 뜻한다.

    예를들어 500억원의 적자인 '가'라는 회사를 '나'라는 회사가 500억원에 인수했다면 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가'라는 회사의 영업권은 1000억원이 된다. 현재는 적자이지만, 성장 가능성 등에 따라 1000억원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즉 변화한 것은 없지만, 흡수합병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였던 재무상태가 플러스로 변화한 것.

    무형자산은 손실로 비용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 티몬은 감사보고서에서 무형자산을 12년씩 나눠 약 400억원씩 손실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티몬은 올해부터 회계기준을 K-IFRS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무형자산을 손실 처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실질적인 티몬의 적자는 공시한 영업손실액 1185억원에 400억원을 더한 1585억원가량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약 전년 기준의 회계처리 방식이라면 1585억원의 적자로 봐야 한다는 것.

    다만 티몬이 실적에서 영업권 자체를 제외해 이번 실적에 영업권 상각액을 포함하기는 애매하다.

    쿠팡과 티몬의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면서 전(前) 소셜커머스 3사 중 위메프가 향후 흑자전환 시점이 가장 빠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위메프의 지난해 손익은 2015년(1424억원)과 비교하면 70% 이상 호전된 실적이며, 영업손실률도 한 자릿수인 8.8%까지 낮췄다. 당기순손실은 476억원으로 전년대비 42.6% 줄었다.

    위메프의 경우 쿠팡이나 티몬이 오픈마켓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적극적으로 상품 수를 늘리는 것과 달리 변형된 '셀러마켓'을 도입해 상품 수 확대가 느리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셀러마켓은 기존 MD가 선별해 보여주는 소셜커머스 상품 소싱 방식에 더해, 판매 파트너사가 직접 등록한 상품을 단순 중개하는 방식이다.

    일반 오픈마켓의 경우 판매자가 해당 온라인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과 달리 셀러마켓은 판매 파트너사가 등록한 상품을 위메프가 최소 24시간 이상 내부 모니터링을 갖고 상품이 등록된다.

    상품에 대한 신뢰도나 안정성은 기존 오픈마켓보다 높지만, 담당 MD가 상품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수가 기존 오픈마켓과 비교해 적을 수밖에 없다. 상품 수를 대폭 늘리려면 모니터링하는 본사 직원의 수도 늘려야 해 인건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까지 잡으려면 상품 수 증대는 이커머스업계에 필수불가분의 요소이기 때문에 이 점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소셜 3사 중 위메프의 상승세가 무서운 것은 사실이고, 실적을 봤을 때 흑자전환 시기도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그러나 오픈마켓과 달리 상품 수가 적다는 점과 아직 G마켓, 11번가, 쿠팡 등과 비교해 대외적 인지도가 낮아 매출 상승과 함께 적자 폭을 지속해서 줄여나갈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