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출시 후 편리함에 고객 입소문타고 인기 고공행진개인정보 유출 문제·스마트폰 간편송금 출시 후 인기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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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은행 고객 유치에 큰 보탬이 됐던 평생계좌서비스가 최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간편송금 서비스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지난 2004년 무렵 출시해 운영 중인 평생계좌서비스의 인기가 시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의 평생계좌란 휴대전화 번호나 군번, 학번, 업종을 대표할 수 있는 특정번호 등 고객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숫자로 계좌번호를 만드는 서비스다.

복잡하고 의미 없는 계좌번호 대신 자신과 연관된 숫자를 직접 선택해 타인과의 금융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불러 모은 바 있다.

과거 정치인들이 선거일과 기호를 연상할 수 있는 계좌번호를 만든 뒤 후원금을 모집하는 통장으로 사용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출시 후 이용 고객이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제 발로 찾아 가입하는 킬러 서비스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 은행들은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서비스를 운영한 지 10여년 이상 지나고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로 고객들의 금융거래 이용 행태가 바뀌면서 효자 역할을 했던 평생계좌 서비스가 최근 골칫덩이로 전락했다는 의견도 많다.

이미 지난 2014년 금감원이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계좌에 사용하는 것을 두고 개인정보에 취약하다는 이유를 들며 사용 중지를 권고했고 그 해 은행들은 한 차례 제도를 손질했다.

처음 평생계좌서비스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2014년 이후에는 입금전용 계좌번호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가입에 제한을 뒀다.

예를 들어 고객이 타인에게 본인 휴대폰 번호로 된 계좌번호를 알려줄 경우 입금은 가능하지만 출금할 때는 고유 계좌번호를 이용해야 한다. 

하나의 계좌에 두 개의 번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편한 은행도 있고, 개인정보유출을 우려해 2014년 이후 서비스를 아예 중단한 은행도 있다.

이처럼 은행들은 평생계좌서비스 운영 방식을 개편해 고객 불편함을 최소화했으나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와 금융권 핀테크 활성화 등 시대적 변화의 바람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토스나 카카오 등 IT기업들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상대방 연락처만 알면 돈을 쉽게 보낼 수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 없이 쉽게 돈을 받고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이용 고객들이 점차 늘었고 기존 은행들도 자체 서비스를 출시하며 송금 경쟁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계좌서비스를 찾는 고객도 점점 줄고 있지만 기존 가입 고객 규모가 워낙 많다보니 금융당국이나 은행들도 쉽게 손을 대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일부 은행에서 고객이 평생계좌를 관리비나 보험금 인출 계좌로 사용 시 전산 오류가 발생하고 있어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서비스를 한 번에 정리하기보다는 문제가 있을 경우 조금씩 개선해나가며 정리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평생계좌서비스가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다"며 "과거 계좌를 만든 고객들이 많고 여전히 이용하는 고객들도 있어 쉽게 정리할 수 없지만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