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M&A로 업계 주목 받았으나… 시너지 효과는 커녕 수익성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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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그간 신성장동력을 강조하면서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를 통해 20개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커녕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 최병오 회장, 손되는 사업마다 실적후퇴·적자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가 2013년 인수한 형지엘리트의 매출(6월 결산법인)은 2013년 993억원, 2014년 916억원, 2015년 854억원, 2016년 1560억원, 지난해 1741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8억원, 49억원, 11억원으로 줄어들더니 2016년 61억원, 지난해 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 또한 악화됐다. 2013년 5% 수준을 유지했던 영업이익율은 2015년 1.3%로 감소하더니 2016년 -3.9%에서 지난해 -1.2%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실적 하락에는 종속 자회사의 형지에스콰이아의 부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패션업황 침체로 내수 시장이 예전만 못한데다 사업 확장 그리고 해외 브랜드의 공세에 밀려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4년으로 인수된 형지에스콰이아의 매출(6월 결산법인)은 2016년 347억원에서 88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순손익에서는 여전히 흑자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손실은 각각 31억원과 48억원을 적자를 봤다.
이랜드가 지난 2011년 적자에 허덕이던 엘칸토를 인수해 3년 만에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켰고 매출도 두 배가량 늘린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더욱이 형지에스콰이아는 최근 생산라인인 성남공장을 매각하면서 일부를 정리 해고함에 따라 관련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형지 측은 적법한 절차에 의한 정리해고라고 했지만 예고도 없이 공장매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12년부터 인수한 남성복 브랜드 형지I&C(우성I&C)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의 2013년 매출 644억원, 2014년 929억원 2015년 1178억원, 2016년 1276억원, 지난해 11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3년 11억원, 2014년 21억원, 2015년 15억원에서 2016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0억원, 88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 기간 영업이익율도 1.7%, 2.2%, 1.2%, 0.3%, -7.7%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 업황 악화에…재무구조 '빨간불'
무엇보다 패션업계 악화로 회사의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도 무리하게 M&A에 나선 탓에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형지엘리트의 부채비율은 2013년 54.3%에서 2015년 106.2%, 지난해 173.4%까지 급증했다. 형지I&C도 2013년 89%, 2015년 125%에서 지난해 186%까지 치솟았다.
주요 핵심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증가하면서 그룹의 중심축인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 2015년 208%에서 2016년 241%, 지난해 313.4%로 증가했다. 이 같은 부채비율로 불안정한 재무구조로 경영상의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공격적인 사업행보로 업계의 관심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M&A를 통한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최 회장의 자존심에 금이 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따른 소비침체로 패션업계가 저성장에 빠진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 사업에 도전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라며 "신사업에 대한 면밀한 현실 반성과 궤도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형지엘리트는 중국 현지 교복사업 등을 통해서 사업다각화 및 매출증대 등을 모색하고 있으며, 형지아이앤씨는 외형보다 내실을 추구하는 과정과 더불어 백화점 유통환경이 축소되면서 다소 영향을 받은 경향이 있지만 향후 백화점의 또는 전문 온라인몰 등의 온라인 판매에도 집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