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 우려… "해외서 일시적 매출 공백 불과"매출 회복 기대에 신규수주 가능성 높아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현대건설이 1분기 6개 주요 대형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외형이 줄어들고 있었던 터라 역성장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대형현장의 마무리 등으로 일시적인 공백이 생긴 것일 뿐 수익성은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해외 매출 본격화와 신규수주 가능성 등으로 2분기 이후 성장세가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잠정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은 1분기 매출 3조5382억원·영업이익 2185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은 14.5%·영업이익은 10.4% 감소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한 곳은 대형건설 6개사 중 현대건설이 유일했다.

    3조원대 매출 또한 3년 만이다. 2016~2017년은 4조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연간 외형도 2015년 19조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6년 18조원·2017년 16조원으로 감소세를 기록, 역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실제 해외부문의 경우 매출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2016년 2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으로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택과 해외부문 진행률 하락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고, 수익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히려 하반기부터는 해외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외형 재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UAE 미르파 담수 복합화력발전소·우즈베키스탄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등의 완공 효과와 쿠웨이트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UAE 사브 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의 공정 후반부 진입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 공백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해외 마진율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매출액은 다소 부진했으나 해외원가율이 개선되고 환차손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영업이익은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익률 회복 기조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해외 매출 회복에 따른 외형 성장 여부가 실적에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1분기 연결 기준 해외 원가율은 89.1%로 2017년 평균 90.5%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됐으며, 2016년 91.9%와 비교해도 의미 있는 수준의 개선으로 분석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금융감독원 감리를 겪으면서 보수적 회계를 적용한 결과가 빠르게 나타난 것"이라며 "향후에도 특별한 해외사업장 관련 원가 증가 요인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실적을 둘러싼 우려는 종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원가율 역시 안정화됐다. KTB투자증권 추산 결과 주택부문 원가율이 79.0%에서 83.3%로 4.3%p 상승했지만, 이는 재건축 매출 비중 확대, 분양경기 둔화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에도 85% 안팎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KTB투자증권 측은 보고 있다.

    여기에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항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쿠웨이트 KNPC/NRP PKG 5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방글라데시 마타하리 CFPP Prt Offshore 등 주요 6개 대형 현장의 공정 진행이 본격화되면서 하반기 매출은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신규수주가 2분기 점진적으로 증가해 하반기 매출화될 가능성이 있고, 과거 수주했던 프로젝트 중 올해 매출 인식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현장들이 있는 만큼 매출 성장세 둔화는 하반기 이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수주도 출발이 좋은 편이다. 1분기 해외수주액은 1조1583억원으로 대형건설 6개사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사우디 킹살만 조선소(30억달러), 인도네시아 Jawa 석탄발전(20억달러), 사우디 송변선(10억달러) 등 현대건설이 강점을 보이는 공종 위주로 입찰 중에 있어 이를 바탕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주시점이 분산돼 있고 매출화가 바로 된다는 점에서 해외 매출의 빠른 회복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해외수주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며 "신흥시장 신규수주 부진과 장기 미착공 현장의 대안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투자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종전 선언 등 남북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주요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대북경수로 원전주 설비공사(1517억원), 금강산여객선 부두시설공사(940억원) 등 총 7096억원 규모의 북한 공사 수행 경험이 있는 만큼 기존 해외수주 회복과 함께 남북경협 사업으로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최근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GBC 프로젝트와 연계된 환승센터 공사 등 인프라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GBC의 하반기 착공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반포주공1단지 분양, 계약고가 높은 자체주택 비중 증가 등으로 주택시장 하향 사이클 진입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청구공사 및 재무구조 개선세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부채비율은 124%로, 지난해 1분기 140%에 비해 16.5%p 줄어들었으며 유동비율 180%·자기자본비율 44.6% 등도 같은 기간 10.4%p·3%p 개선됐다. 또 3조원을 상회했던 미청구공사액도 2조7828억원으로 15.8% 감소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회계 감리 이후 회계투명성을 공식적으로 입증받은데다 해외원가율도 안정화 궤도에 진입했다"며 "매출만 오르면 되는 상황에서 조선소와 석탄발전 등 강점을 지닌 프로젝트 위주의 입팔 파이프라인을 볼 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 측은 "주요 해외공사 공정이 본격화되고 국내 주택 매출이 증가하면서 다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풍부한 해외공사 수행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양항만, 가스플랜트, 석탄·복합발전, 송·변전 등 기술적·지역별 경쟁력 우위인 공종에 집중해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