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과 간담회서 현행 형벌조항 정비 차원이라고 설명공정거래법 개정안, 올해 정기국회 법안으로 제출 예정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그룹 정책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그룹 정책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은 재벌개혁을 위한 법률적 수단이 아니다. 경제법률의 현대화라는 큰 목표 아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이 참여한 정책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의식한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실체법과 절차법을 망라한 공정거래법의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것.

공정위는 지난 3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조직해 공정거래법 개편을 추진 중이다. 마련된 개편안은 올해 정기국회에 법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간담회 참석자들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이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하지만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과도하게 포함돼 있는 현행 법의 형벌조항을 정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동일인(총수)이 변경된 롯데를 사례로 꼽았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총수 지정이 변경됐다. 

김 위원장은 “동일인이 변경되면서 공정거래법상 롯데의 친족으로 분류되는 인원은 160여명에 달한다”며 “이들의 개인정보를 취합해야 하는데, 일본 거주인원이 많아 사실상 일률적인 수집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에는 관련 자료제출이 늦어지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명시돼 있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까지 공정위가 제소하고 검찰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실상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형벌조항 개정에 기업인들이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향후 대한상의 주관으로 공정위와 재계가 실무적으로 만나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도록 할 예정이다.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그룹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그룹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준표 기자

  • ◆ 일감몰아주기 근절 '압박'… “오너 일가, 주력회사 지분만 보유해야”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함께 일감 몰아주기 근절도 주문했다. 오너 일가가 비주력계열사나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에게 “오너 일가는 주력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비상장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를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오너 일가와 기업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를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오너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 심각하게 저해돼 기업 차원의 선제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재벌개혁을 3~5년간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되지 않으면, 과거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공정위는 단기간에 재벌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장 임기 3년과 현 정부 임기 동안 일관된 방향성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성공적인 재벌개혁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당분간 주요그룹과 간담회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숙제검사’를 하는 것처럼 자주 만나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년 후인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한번 주요그룹과 만날 계획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