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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0대그룹의 지난해 현금배당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이익이 2%에도 못 미치게 증가했지만 배당액이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배당성향이 20%대로 올라섰다. 주주친화 정책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지난 21일 현재까지 결산 배당 공시를 낸 10대 대기업 그룹 소속 계열사 64곳의 현금배당 총액은 19조8860억원으로 전년의 14조9608억원에 비해 32.9% 커졌다.
같은 기간 현금배당 성향(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은 15.8%에서 20.7%로 4.9%포인트 확대됐다. 이들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이 1.6%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배당액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배당액이 가장 많고, 가장 큰폭으로 늘었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배당액은 11조6858억원으로 일년 전에 비해 52.7% 확대됐다. 유일하게 십조원대의 배당을 했다.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16.2%에서 22.5%로 커졌다.
또한 삼성그룹의 배당액은 이들 상장사 배당액의 58.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 계열사 삼성전자의 배당액이 65.1% 뛴 9조6192억원으로 집계돼 눈에 띈다. 그룹에서는 82.3%, 상장사 전체에서는 48.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화재(4889억원), 삼성생명(4759억원), 삼성물산(3299억원), 삼성카드(1708억원), 삼성에스디에스(1547억원), 삼성증권(1250억원), 에스원(845억원), 제일기획(780억원), 삼성전기(757억원), 삼성SDI(669억원), 호텔신라(133억원), 멀티캠퍼스(29억원) 등 순으로 삼성그룹 내에서 배당을 많이 했다.
다음으로 SK그룹(2조8944억원)이 배당을 많이 했다. 전년과 견줘서는 14.6% 늘었다. 또 현대자동차(1조7641억원), LG(1조3013억원), 포스코(9083억원), 롯데(6167억원), KT&G(5051억원), CJ(1331억원), 현대중공업(443억원), 한화(329억원) 등이 차례로 배당을 많이 했다.
조 단위 대의 배당을 한 삼성·SK·현대차·LG 등 상위 4대 그룹의 배당액(17조6456억원)이 전체에서 88.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배당을 한 기업은 현대차(1조662억원)다. 하지만 전년(1조795억원)에 비해서는 1.2%(133억원) 줄었다. 이는 순이익이 지난해 1조6450억원으로 63.8% 급감한 것이 반영됐다. 즉 경영 성과에 비해서는 배당을 적극적으로 한 것이다.
배당성향이 지난해 23.7%에서 64.8%로 뛴 것은 이런 배경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3위는 SK하이닉스(1조260억원)로 배당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1조원 이상을 배당을 한 곳은 이렇게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3곳이다. 다음으로 POSCO(8000억원), SK텔레콤(7174억원), SK이노베이션(7083억원), KT&G(5051억원), 삼성화재(4889억원), 삼성생명(4759억원), LG화학(4601억원) 등 차례다.
또 이들 계열사 가운데 배당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롯데정밀화학(433억원)으로 112.5% 증가, 2배 넘게 뛰었다. 역시나 지난해 순이익이 2149억원으로 그 전년(892억원)에 비해 140.8% 상승한 것이 뒷받침 됐다. 강점을 갖고 있는 특수화학제품의 수익성 개선과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경쟁사 공장 신증설이 지연되면서 롯데정밀화학이 반사 이익을 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