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단지 불구 '억소리'나는 부담금… 대단지 '10억원대' 전망도사업 연기·1대 1 재건축 전환 등 '개점휴업' 국면… 소송 재개되나
  • ▲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강남권 서울 서초구청이 최근 '반포현대'아파트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당초 조합 예상의 16배 수준인 '억대'로 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100가구가 채 안 되는 소규모 단지에 부담금이 조합원당 1억3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다른 대규모 단지들에 부담금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려는 단지들이 추진위 설립을 대거 연기하는 것을 비롯해 재건축 논의를 하던 초기 단지 대부분이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초과이익환수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도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바 있는 만큼 향후 재건축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청은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 측에 환수제 시행에 따른 1인당 부담금 예상액을 1억3569만원으로 산정해 통지했다. 부담금은 재건축 종료(준공) 시점의 주택가액(공시가격)에서 개시시점의 주택가액과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개발부담금을 합한 금액을 뺀 뒤 금액별 부과율을 곱해 산정한다.

    이는 조합이 지난 2일 처음 제출한 예상부담금 850만원의 15.9배에 달하고, 열흘 뒤 제출한 수정안 7157만원에 비해서도 1.89배 많은 수준이다.

    반포현대 부담금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반포현대 부담금은 정부가 올해 초 공개한 서울 강남4구 15개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평균 4억4000만원(최고 8억4000만원)보다는 훨씬 낮다.

    그런데도 인근 시장에서 놀라는 것은 반포현대의 현재 가구 수가 80가구이고 준공 후 건설될 가구 수는 108가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임대 16가구를 제외하면 조합원 순수입이 될 일반분양분은 12가구에 그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애초 이 아파트의 부담금이 잘해야 수천만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부담금이 1억3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단지 규모가 크고 일반분양 수입이 많은 단지들은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재건축시장이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각 재건축 조합 또는 추진위는 "우리 단지 부담금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는 것이 관계자 전언이다.

    특히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강남구 '대치 쌍용2차' 등 당장 재건축 관리처분 신청을 앞둔 단지는 패닉에 빠졌다.

    반포3주구는 일부 조합원들이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것을 요구했으나, 조합 측이 자체 산출한 부담금이 6000만~7000만원 선에 그치면서 무리하게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번 사례를 비춰볼 때 3주구의 부담금이 가구당 8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100가구 밖에 안 되는 반포현대의 시세를 주변 아파트 시세와 같다고 보면 3주구는 2000가구가 넘는 반포주공 1·2·4주구와 비슷한 시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며 "앞으로 3주구와 대치쌍용2차의 부담금 예정액만 공개돼도 재건축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3주구와 쌍용2차는 부담금에 대한 고민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쌍용2차 조합 관계자는 "부담금으로 1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반포현대 사례를 보니 2억~3억원은 더 나올 것 같다"며 "만약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의 예상을 수억원 뛰어넘는 금액을 통보받을 경우 조합원들과 상의해 재건축을 계속 추진할 지 여부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받아들일 수 있는 금액이면 계속 추진할 것이고, 예상을 초과한다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강남권을 대표하는 중층 아파트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 현대'와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도 모두 환수제 대상이어서 높은 부담금을 각오해야 한다.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으나, 아직 인가를 받지 못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송파구 '잠실 진주' 등도 검증 과정에서 인가 신청이 반려될 경우 환수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반포주공 1·2·4주구나 서초구 한신15차처럼 조합원의 대지지분이 넓은 단지는 조합원당 부담금이 1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 초기 단계 단지들은 아예 사업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담금은 향후 지어질 새 아파트 가격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일 기준 아파트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때문에 올해 집값 상승분이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된 후 본격적으로 재건축에 나서겠다는 것이 추진 단지 주민들의 계산이다. 일부 단지는 부담금 예정액 통지를 더 지켜본 뒤 상황에 따라 재건축 사업을 중단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 개포주공5~7단지는 추진위 설립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5단지 주민들은 추진위 설립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으며 6단지와 7단지도 사업일정을 늦췄다. 이들은 애초 5~9월 추진위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서초구 B공인 관계자는 "아파트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비롯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만, 구청에서 1억원 넘는 예상 부담금을 실제로 통보하자 조합원들이 동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C공인 대표는 "환수제에 대한 공포가 생각보다 강하다"며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느려지거나 중단되는 곳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일반분양을 포기하는 단지도 생겼다. 조합원 수만큼 아파트를 짓고 개발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른바 '1대 1' 재건축이다. 이 경우 재건축 사업 종료 후 시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용산구 이촌동 '왕궁맨션' △강남구 압구정동 특별계획3구역 △서초구 반포동 '강남원 효성빌라'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등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소송전도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월 환수제에 불만을 품은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아파트, 대치쌍용2차 등 조합 8곳은 법무법인을 통해 환수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고, 헌재는 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수억원의 재건축 부담금이 현실로 다가온 만큼 재건축 조합들이 다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앞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유보파와 강경파, 리모델링파로 나뉘면서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며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는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정부 정책이나 다른 단지 동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강남 집값 상승은 재건축이 이끌어왔기 때문에 이번 반포현대發 쇼크로 주도주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데다 보유세 개편안까지 예고된 터라 반사이익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일 경우 부담금이 예정액보다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보유세 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현재 아파트 기준 65~70%선인 공시가격 시가 반영률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 비율이 80% 이상으로 높아지면 조합의 개발이익이 커져 부담금도 그만큼 커진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예정액은 공식에 의해 산출하는, 말 그대로의 예정액일 뿐 최종 부담금은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며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통지된 예정액보다 실제 부담금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