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리-수변개발 미션 여전… 국토부에 한발 거쳐야
  • ▲ 수자원공사.ⓒ연합뉴스
    ▲ 수자원공사.ⓒ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로 몸 따로 마음 따로였던 상황은 면했지만, 당분간 친정인 국토교통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양다리를 걸쳐야 할 처지다.

    환경부 유일의 공기업으로서 위상을 재정립해나가겠으나 초기에는 일부 정책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는 지난 28일 열린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물관리 일원화와 관련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물관리 기본법,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 산업 진흥법 등 3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국토부는 수량, 환경부는 수질 업무를 나눠 봐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하천관리 업무를 뺀 수자원 이용·개발 등의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르면 다음 달 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확정, 시행된다.

    국토부 수자원정책국 5개 과 중 하천계획과와 하천운영과 업무 일부를 제외하고 환경부로 업무가 넘어간다. 수공도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재편된다.

    수공은 문재인 정부 들어 4대강 사업 후폭풍에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마찰을 빚어왔던 만큼 환경부 산하로 옮기면 객식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설상가상 야당에서 환경부가 선수 겸 심판을 맡게 된다고 법안 처리를 반대하면서 1년 가까이 몸은 국토부에 있되 언제 환경부로 넘어갈 날을 통보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호적 정리는 끝났지만, 당분간 수공은 업무상 국토부와 밀월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물관리는 일원화됐지만, 국토부와 완전 결별 절차를 밟는 건 아니다.

    국토부 수자원국 관계자는 "수공이 환경부로 옮겨도 기존처럼 지방 상수도나 4대강 보 등의 하천시설물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공 관계자도 "기능적 측면에서 (수공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신이 산업기지개발공사였던 만큼 수공으로서도 경기 화성시에 개발하는 송산그린시티 조성 등과 관련해 사업계획 변경 등을 추진할 때 국토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수공이 국토부 산하일 때는 송산그린시티 내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부지 내 아파트 분양 혜택 등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수공 관계자도 "환경부 산하에서도 국토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하천 보.ⓒ연합뉴스
    ▲ 하천 보.ⓒ연합뉴스
    수공은 환경부 산하에서 유일한 공기업으로서 위상을 재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최대 기관은 한국환경공단으로, 2300여명 규모였다. 수공이 옮겨가면 환경공단보다 2배쯤 많은 4600여명이 새 둥지를 틀게 된다.

    다만 초기 일정 부분 정책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성 테마파크 조성사업만 해도 사업부지가 반월특수지역(반월공업단지)에 있어 시화방조제나 산업단지 등 환경과 관련해 환경부 산하에서 궤도 수정이 이뤄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본회의에서 통과된 '댐 주변지역 친환경 보존·활용 특별법'도 수공의 정책 혼선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지방자치단체와 수공이 상수원보호구역을 제외한 댐 주변 지역에 대해 친환경 활용계획을 세워 정부에 신청하면 '친환경 활용 지역' 지정을 통해 댐 주변에 관광단지나 휴양림, 관광농원 등을 조성할 수 있게 허용한다.

    팔당댐과 대청댐 주변에 설정돼 건축제한 등 각종 규제가 가해지는 특별대책지역에서도 환경부와 협의 하에 친환경 활용이 가능하게 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 법안에 반대해왔다. 환경부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법안이 환경부 소관이 된 이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수공으로선 지자체가 활용계획을 세우자고 하면 안 할 수도, 반대하는 환경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도 없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수공이 생산하는 병입 수돗물(미미르) 생산도 골치 아픈 상황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폐비닐 수거대란 이후 재활용 종합대책을 추진하면서 서울시의 아리수와 수공의 미미르 페트병 생산량 감축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을 먹을 수 있으므로 페트병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올해 아리수 페트병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공은 입장이 복잡하다. 환경부 지침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가 됐지만, 병입 수돗물을 단수나 재해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생산·비축하는 터라 무조건 줄이기도 난처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