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돌파구 찾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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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협상을 종결한 게 아니고 파기 권한이 외교부에 있어 조심스러운 태도다. 다만 강제력이 없어 협상 실효성이 떨어지는 어업협정의 존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20일 해수부에 따르면 2년 가까이 협상이 불발되고 있는 한일 어업협상과 관련해 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일 어업협상은 2016년 어기(2016.7.1~2017.6.30) 협상이 결렬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14·15일 일본에서 국장급 회의까지 열렸으나 이견을 좁히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한 고위관계자는 "서로 주고받을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지난 4월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담당국장에게 협상을 세게 하고 비상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하라 했다"며 "실무협상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5월부터 다른 방식의 협상을 찾아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김 장관이 말한 '다른 방법'에 대해 정치적인 해법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제기됐었다.
김 장관은 이어 "어업협정 폐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협상에 이렇다 할 진척이 없자 해수부는 어업협정 파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양국 간 맺은 약정이라 파기에 관한 고유권한은 외교부에 있다. 다만 협정을 운용하는 부처로서 존치 필요성을 검토해 파기를 제안할 순 있다"며 "협정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등 지역 수산업계에서는 한일 어업협상의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차라리 어업협정을 파기하라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한일 양국은 1965년 6월 국교를 수립하며 첫 어업협정을 맺었고 1998년 11월 다시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신한일 어업협정이라 부른다. 양국은 어업협정에 따라 매년 상대방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할 어획량과 입어 척수 등 입어 조건을 정한다.
일본은 2016년 어기 협상에서 자국 내 수산자원량 감소와 우리 어선의 조업 위반 등을 이유로 현재 206척인 업어 척수를 35% 수준(73척)까지 줄이겠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우리가 통발을 양보하거나 갈치잡이 어선을 감척해야 하는 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부연했었다.
올 초 우리 연승어선 척수를 대폭 줄이되 100척 이상을 유지하고, 독도 근방 붉은대개 어장과 관련해 동해 중간수역의 교대조업 문제를 검토하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희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해수부는 그동안 한일 어업협정 파기에 대해 반대 입장이었다. 나중에 협정을 다시 맺게 되면 지금보다 덜 유리한 조건에서 약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어업협정 체결 당시에도 우리 측이 일본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던 만큼 해수부로선 파기 후 협정을 또다시 맺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업협상이 2년이 다 되도록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자 협정 유지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 것으로 해석된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현재의 협정은 제13조에 분쟁 발생에 따른 조정절차를 두고 있으나 강제력이 없다 보니 어느 한쪽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상대방이 수용하지 않으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수산분야 한 전문가는 어업협정 파기에 대해 "지난해와 올해는 제주도 인근에서 갈치가 잡혀 큰 문제가 없었으나 수산자원 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어업인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은 만큼 협정을 파기하기보다는 어업협상이 타결되도록 힘쓰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담당 부서인 지도교섭과 관계자는 "몇몇이 모여 아이디어 차원에서 협정 파기를 가정해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다"며 "무질서 판이 돼 엉망이 될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보고서를 만들거나 하진 않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양국이 1~2주 간격으로 비공개회의를 열고 있다. 양측이 새 어기 시작 전에 협상을 타결 짓자는 목표는 정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면서 "협상 진척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