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철강사들이 올 하반기 힘든 고비를 보내야 한다. 1년6개월 이상 끌어온 철근 담합 결과 발표가 눈 앞으로 다가왔고,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도 임박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시황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압박에 울상을 짓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최근 불확실성이 강한 이슈에 휩싸이면서, 자칫 하반기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 최대 이슈로 떠오른 건 철근 담합 결과 발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주 전원회의에 ‘7개 제강사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올려 과징금 등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말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 YK스틸, 환영철강, 한국제강 등 7대 제강사들에 대해 철근 담합 조사를 진행해 왔다. 최근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제재 수위를 곧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7대 제강사들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건설용 철근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철근 가격을 두고 매 분기마다 건설사들과 가격 협상을 진행했는데, 이 행위를 담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공정하게 진행해 온 비즈니스를 담합으로 보는 것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제재 수위가 정해지지 않아 말을 아끼고 있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나오면 법적 다툼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날 오전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심사보고서에 대해 로펌을 통해 소명을 했고 전원회의에서도 다시 한 번 우리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며 "결과을 수용하겠지만 과징금을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과징금이 많을 경우, 회사 경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업계에 부담을 떠안기는 요인이다.
정부는 심야시간에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연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인상폭은 한국전력에서 우선 정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전기로 제강사들은 국내 최대 전기사용 업체로 손꼽힌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원가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산업계 원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경부하(심야용 전기) 시간대 전기요금은 올리고, 다른 시간대 요금은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은 인상한다"면서도 "대신 중부하, 최대부하 요금을 내려 산업용 전체 전기요금은 현행 수준을 최대한 유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산업부의 이같은 방침에도 결국 전기요금은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금껏 전기사용이 적은 심야시간에 공장을 최대한 가동해 원가를 맞춰왔는데, 중부하, 최대부하 요금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이 시간대 전기사용이 많은 만큼 급전지시가 언제 내려올 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올리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급전지시로 중부하 요금 때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면, 결국 전기요금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