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허희수 전 부사장 마약 혐의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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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오너 3세 허희수(41) 전 부사장이 대마 흡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SPC로서는 '사면초가'에 빠진 격이다. SPC의 향후 사업계획이 불투명해진 상황인데다 승계구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윤상호 부장검사)는 허 전 부사장을 지난 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SPC는 7일 입장문을 내고 "허희수 부사장에 대해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했으며,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허 전 부사장이 공범들과 짜고 대만 등지에서 액상 대마를 몰래 들여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밀수한 액상 대마를 흡연한 증거를 확보하고 허 전 부사장에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허 전 부사장은 현재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해임된 상태다. 재계 안팎은 SPC의 허 전 부사장 영구 경영 배제 조치에 다소 충격인 분위기다. 허영인 회장의 두 아들 중 차남인 허 전 부사장은 '쉐이크쉑' 버거를 국내에 들여온 인물로,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 받아왔기 때문이다.
앞서 고(故) 허창성 삼립식품 창업주의 차남인 허 회장은 지난 2015년 두 아들 모두의 이름을 삼립식품 등기 이사에 올렸다. 이후 장남 허진수 부사장과 차남 허 전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경쟁구도를 보이며 모두 경영 일선에 참여해왔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당시 그룹의 저조한 실적에 경영 승계를 둔 지적이 잇따랐지만 2016년 국내에 선보인 쉐이크쉑버거가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허 전 부사장이 쉐이크쉑 사업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고, 그 성과가 나타났던 것으로 안다"며 "허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대외적으로 보여졌던 대표적인 성과"라고 전했다.
쉐이크쉑의 성공적인 국내 상륙으로 허 전 부사장은 같은 해 10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쉐이크쉑 국내 유치 성공은 허 전 부사장이 업계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됐다.
이어 쉐이크쉑은 국내에 7호점까지 확장하며 여전히 성장세를 보여왔다. SPC 측 역시 쉐이크쉑의 지속적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허 전 부사장의 구속으로 쉐이크쉑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의 3세 경영 체제 역시 사실상 멈춰섰다. 허 전 부사장이 형인 허 부사장과 비교해 지분 구조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던 만큼 두 사람 중 누가 승계의 주인공이 될 것인지를 두고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돼왔다. 이번 사건이 SPC그룹 승계구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SPC삼립의 지분은 파리크라상이 40.66%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허진수 부사장이 11.47%, 허희수 전 부사장이 11.44%, 허영인 회장이 9.27%를 소유했다. SPC삼립은 SPC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일각에서는 허 전 부사장이 이번 마약 혐의로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되면서 승계구도가 허 부사장쪽으로 쏠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올해 초 SPC삼립은 이미 허진수·희수 부사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 출신으로 최근 영입한 경재형 SPC삼립 전무를 새로 선임했다.
당시 총수 일가 모두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승계를 두고 궁금증이 높아진 바 있었다. 허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SPC는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선택지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앞서 지난달 26일 국세청에서 110여명을 동원해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면서 SPC그룹 내 사업은 모두 제동이 걸려있는 상황이었다.
국세청은 그룹 내부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해 부당내부거래 등을 광범위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가 미국·중국·유럽 등에서도 사업을 확대해온 터라 역외탈세 부분까지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같이 내외부적으로 악재가 겹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SPC 관계자는 "SPC그룹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리며, 이번 일을 계기로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준수하는 SPC그룹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