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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내 제강사들이 제품 가격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재와 알루미늄에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25%의 2배인 50%를 부과하겠다 밝혔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터키향 수출이 많지 않아, 이번 리라화 가치 급락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터키가 철스크랩 최대 수입국이라, 철스크랩 가격 하락으로 인한 제품 가격 변동은 주목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는 13일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한때 역대 최고치인 달러당 7.24리라까지 치솟았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 10일 한때 전일 대비 23%나 떨어졌고, 올해 들어 70% 넘게 폭락했다.
리라화 가치 하락에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이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터키향 수출이 많지 않고 리라화가 주요 결제 수단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국의 대(對)터키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43만톤을 기록했다. 이는 올 상반기 전체 수출량인 1564만톤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터키가 철스크랩 최대 수입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스크랩 가격 하락에 따른 제품 가격 변동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터키의 연간 철스크랩 수입량은 약 1800만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리라화가 폭락했을 당시 터키의 구매력 저하로 철스크랩 가격은 톤당 315달러에서 300달러로 단기간 하락한 바 있다.
철스크랩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제강사들이 철근, 형강 등의 제품을 생산할 때 전기로에 들어가는 주 원료다. 따라서 철스크랩 가격은 이들 제품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터키는 스크랩 주요 수입국가로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을 진행한다"며 "따라서 리라화 폭락으로 인해 미국 스크랩 구매 가격이 떨어질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스크랩을 수입하는 한국도 미국과의 가격 협상시에 가격 인하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터키쪽은 미국 동부에서 주로 수출하고, 아시아향은 서부에서 수출한다"며 "이 때문에 단기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향으로 가는 터키산 철강재가 관세 폭탄으로 갈 곳을 잃어, 다른 주요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외신에서는 관세 인상이 바로 적용되면서 터키산 철강재가 캐나다, 멕시코 등 주변국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수출 물량과 터키산의 판매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이들 국가로의 수출량도 많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리라화 급락에 따른 철강사들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신흥국들까지 퍼져 나간다면, 그때는 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