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상승분 반영 못해… 객관적 공시가격 산정할 것"여의도, 용산 등 보유세 부담 '20~30%' 증가 전망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 추가 대책 마련 검토도
  • ▲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등 집값 급등지역의 주택 공시가격을 내년에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지역 주택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시가격을 올려 세 부담을 높여 주택 매수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장 집값 급등지역의 경우 내년도 아파트 공시가격에 집값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돼 보유세 부담이 적어도 20~30%가량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현미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결산·업무보고에 참석해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의 경우 공시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공시지가 조사가 10월부터 시작돼 산정하기 때문에 연초 급등한 지역이 많았지만,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허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실화율이 낮다는 비판이 많은 만큼 10월부터 시작하는 공시가격 조사에서 올해 집값 상승분을 현실적으로 반영,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시지가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강남권과 강북 일부 지역의 공시가격이 내년에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지역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의 경우 전국 평균 70% 안팎, 단독주택은 55~60% 선이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등 요지의 아파트는 올해 초 이후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초 기준으로 산정된 공시가격과 시세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공시가 현실화율이 50~60%선에 머무는 단지가 많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공개 시점은 4월 말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실거래가는 2017년 초 11억원에서 연말 15억원으로 36% 뛰었지만, 공시가격은 8억원에서 9억1200만원으로 20% 오르는데 그쳤다.

    이 아파트의 현 시세는 한국감정원 기준 평균 16억500만원으로, 전국 평균 공동주택 시세반영률 70%를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할 경우 공시가격은 11억235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산정해보면 연초 산정된 보유세 266만원에서 386만원으로 45.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강화될 예정인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적용하면 보유세는 401만원으로 전년대비 보유세 인상률 상한선인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세 부담이 곱절이 되는 셈이다.

    보유세 급증은 강남권뿐만 아니라 올 들어 집값이 크게 오른 여의도·마포·용산·성동 등 비강남권 지역도 공시가격이 높아져 세 부담이 최소 20~30%는 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세 반영률이 50%를 밑돌았던 고가 단독주택 역시 세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천편일률적인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보다는 형평성을 맞추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현재 70%선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90%로 높일 경우 시세가 오르지 않은 집도 공시가격이 오를 수 있어 조세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장관도 "현재 공시가격 문제에 대해 지역별·가격별·유형별로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며 "공시가격 산정에 있어 투명성·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집값은 8·2대책 등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쏟아진 역대급 집값 잡기 규제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은 0.45%로 2008년 4월 이후 주간 단위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8·2대책이 나오기 직전달인 7월 0.37%에 비해서도 0.08%p 높다.

    특히 지난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59㎡의 경우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3.3㎡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 강북 1조원 투자 등 대선공약급 개발호재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서울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집값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김현미 장관도 추가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시사했다.

    그는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과열지역에는 안정화 대책을 지속하고, 위축지역은 공급 속도를 조절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맞춤형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열지역의 경우 불법행위 점검, 편법증여 세무조사 등을 통해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투기과열지구 등 추가 지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위축지역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택지공급 조절 등 주택공급 속도 조절, 전세금반환보증 활성화 등 임차인 보호 강화 방안을 시행하고, 조정대상지역 해제나 위축지역 지정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