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11번가 대표 내정자 SK그룹 내에서 기술 전문가로 손꼽혀"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 진두지휘… '유통 혁신 기대'수익성 개선 및 낮은 기업가치 해결은 숙제
  • ▲ 이상호 11번가 대표 내정자. ⓒSK플래닛
    ▲ 이상호 11번가 대표 내정자. ⓒSK플래닛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11번가가 9월 1일부로 신설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11번가 수장 자리에 오른 이상호 대표의 운영 전략에 따라 향후 이커머스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 유통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이베이코리아, 네이버쇼핑, 쿠팡, 위메프, 티몬 등 국내 기업과의 생존게임 및 글로벌기업 아마존과의 경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상호 11번가 대표 내정자는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SK그룹 내에서도 기술 전문가로 손꼽힌다. SK텔레콤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상호 대표 체제의 11번가가 '기술' 면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에서도 인공지능 플랫폼 연결을 통한 쇼핑환경의 혁신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아마존이 AI 스피커 에코를 통해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를 극대화한 것처럼 인공지능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쇼핑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앞서 SK그룹의 AI 기술을 통해 이커머스업계 1위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미지검색, 음성인식 서비스, 오픈마켓 최초 생체인증, 업계 최초 아이폰X 페이스 아이디(Face ID) 도입 등 기술적인 부문에서 이미 경쟁사들보다 빠른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SK그룹 내 유일의 커머스 계열사라는 점을 강조한 채널 간 '연결'에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에서 실시해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 온·오프라인 '연결' 부문에서 경쟁사들보다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신선식료품 O2O기업 헬로네이처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합작법인으로 전환했다. 이는 11번가를 온라인 신선식품 주문 플랫폼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CU를 통한 전국 단위 오프라인 매장 확보라는 측면에서 미래 시장 선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기술전문가로 꼽히는 이 대표 체제에서 11번가는 이러한 기술 혁신 및 연결 부문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 전략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 ▲ 신설법인으로 재탄생하는 11번가. ⓒ11번가 홈페이지
    ▲ 신설법인으로 재탄생하는 11번가. ⓒ11번가 홈페이지
    문제는 수익선 개선이다.

    SK플래닛의  적자규모는 2015년 59억원에서 지난해 3497억원으로 증가했다. 11번가의 적자 규모는 SK플래닛이 밝힌바 없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다만 SK플래닛에서 11번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량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SK플래닛의 적자 절반은 11번가에서 나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 확대가 우선인 이커머스업계의 특성상 투자 등의 이유로 당장 적자는 문제 될 것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경쟁사인 이베이코리아가 13년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고, 위메프도 수익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추세여서 11번가 역시 수익선 개선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가치도 이상호 대표가 풀어야할 숙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국민연금에게 3500억원, 사모투자펀드(PEF) H&Q코리아 1000억원, 새마을금고중앙회에 500억원 등 총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한다. 해당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18.2%로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약 2조75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 2105년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 5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거래액 기준으로 11번가가 지난해 약 9조원을 올려 쿠팡(4조~5조원), 위메프·티몬(4조원)보다 최대 2배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어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러한 기업가치는 향후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11번가는 SK텔레콤을 운영하는 SK그룹의 유일한 커머스 회사이기 때문에 경쟁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술 부문에서 유리한 환경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유통 혁신에 유리한 것도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이커머스 기업들이 성장 우선 정책에서 실적 안정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만큼, 새로운 11번가도 성장 주도에만 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업 안정화 부문에서 11번가가 어떠한 행보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