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칩 시장의 생감자 이용 수미칩 주목저온 진공프라잉 공법으로 수미감자 본연의 맛 구현1만1570㎡ 규모 감자 저장고 운영… 1년 동안 보관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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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입맛은 고집스럽다. 과자 트렌드 주기가 빨라지고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번 입맛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농심의 생감자 스낵인 '수미칩'은 남다르다. 첫해 감자칩 시장률을 4%였지만 2015년 6월은 22%까지 끌어올렸다. 지금은 월평균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의 주목받고 있다.
수미칩 이전의 감자칩은 국산과 수입 감자를 섞거나 아예 수입 감자만을 사용했다. 그만큼 더 이상 차별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감자칩 시장에서 국내 유일 100% 수미감자를 사용해 핵심 경쟁력이 됐다.
신춘호 농심 회장의 '품질 우선주의', '품질 고질'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평이다. -
◇수미칩 국민 감자칩… 생산 공정은
30일 오전 충청남도 아산시 농심 아산공장. 1991년 세워진 이곳엔 240여 명의 공장 직원들이 주력 제품인 새우깡·오징어칩 등과 함께 수미칩을 생산해내고 있다.
공장 내부에 들어가기 전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졌다. 머리카락을 한 올도 남기지 않고 헤어캡 안에 넣고 가운을 입었다. 먼지롤러로 한번 더 가운의 먼지를 제거했다. 이후 손을 씻고 말린 뒤 에어샤워 부스에서 다시 한 번 남아있는 먼지를 없앴다. 양 옆에서 강한 공기바람을 쏴 제거되지 않은 먼지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공장인 생산하는 내부는 자동화된 다양한 설비들이 쉴 새 없이 수미칩를 생산하고 있었다. 농심은 수미칩의 핵심인 수미감자 본연의 맛을 지키는 것에 집중했다. 농심은 수미감자의 단맛을 그대로 수미칩에 담기 위해 저온 진공프라잉 공법을 적용했다.
대게 감자칩은 섭씨 180도에서 딥 프라이를 해야된다는 공식을 깼다. 이 공법은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다. 반면 수미칩은 농심이 자체 개발한 공법으로 낮은 온도에서 튀긴다. 이어 탈유(脫油)공정을 통해 원통에 넣어 빨리 돌림으로써 칩에 붙어 있는 기름을 털어내 지방함유량을 15~25% 낮췄다.
권택상 농심 아산공장 품질관리팀 부장은 "타사의 감자칩의 경우 180도로 1~2분 안에 튀기지만 수미칩의 경우 진공상태에서 130도에 6분30분 정도 튀긴다"면서 "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에서는 비등점이 낮아지는 원리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튀기는 온도가 낮아져 기름을 덜 사용할 수 있어 원재료 고유의 맛을 살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공법을 통해 수미감자의 고질적인 변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권 부장은 "수미감자는 맛과 풍미가 뛰어나고 감자 고유의 단맛을 내는 환원당이 일반 가공용 감자보다 10배가량 많아 달고 고소한 맛을 낸다"면서 "하지만 수미감자를 가공하면 감자 특유의 당분 때문에 갈변현상이 일어나 감자칩이나 프렌치프라이 등 가공용에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국내 대부분의 회사는 감자칩의 재료로 두백 혹은 대서 품종의 감자를 사용하고 있다.
튀긴 감자는 소금으로 간을 입히는 시즈닝(양념) 과정을 거쳐 작업복에 위생캡과 장갑을 착용한 직원들이 1차 선별작업을 통해 타거나 모양이 잡히지 않은 것을 찾아낸다. 이후 레일 통해 85g에 맞춰 스탠딩 포장에 담아져 마지막 엑스레이 검출기를 최종 통과하면 출고될 수 있다. -
◇원료 수급의 차별화… 성공 열쇠 '저장고'
농심은 수미칩의 주원료인 수미감자를 확보하기 위해 농가와 계약 재배을 맺고 있다. 양만 한해 2만여 톤에 달한다. 농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조달, 원료 확보 감자가격이 폭락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 농심의 설명이다.
권 부장은 "감자를 구매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이 같은 노력으로 체계적으로 하지 않으면 양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가공용에 적합하게 직경 5㎝에서 8.5㎝ 사이의 기준에 맞게 통일시켜 전국 농가와 계약체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감자를 계약 재배를 통해 물량확보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3개월 이상 저장이 어려운 데다 수확 시기가 제한됐다. 감자는 발아나 부패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보관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게 수확 시점은 6월10일부터 11월(강원도는 9월)까지로 장마 전 수확한 감자만 사용된다. 이 때문에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감자 확보가 어려워 대량으로 확보한 감자를 어떻게 저장하느냐가 수미칩의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농심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충남 아산에 약 4층 규모의 약 1만1570㎡ 규모로 감자 저장고를 만들었다. 최첨단 시설로 170억원을 투자한 세계 최대 규모다. 감자를 수확 즉시 저장고로 입고하며 총 7400톤을 저장할 수 있다.
농심은 감자가 생산되는 시기에 전국에서 생산된 수미감자를 구매해 이를 연중 3℃를 유지하는 항온 제어시스템과 습도와 공기의 흐름까지 제어하는 항습 자동제어시스템 기술로 1년 동안 저장한다. 이렇게 연중 저장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감자 원가의 20~3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장은 "감자를 저장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빛, 습도, 공기"라면서 "이곳에서는 3℃의 온도 유지와 습도 공기의 흐름까지 조절할 수 있어 연중 감자를 최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어 "감자가 수확되는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감자 저장고가 아산을 비롯해 의성 등 전국 각지에 있다"면서 "하루에 600톤 정도 감자를 소비하고 있는데 연중 시장 반응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원료를 투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