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아프리카 정상 초청… 경제지원 선물 보따리 풀어정부 힘 싣은 中 건설기업 승승장구… 국내 기업 해외 수주 5년째 '내리막'
  • ▲ 시진핑 중국 주석이 3일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시진핑 중국 주석이 3일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이 아프리카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수주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건설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의 국가적 차원의 공세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침체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현지시간) 아프리카에 앞으로 3년간 600억달러의 추가 지원을 제시하면서 중국 기업들에게 같은 기간 100억달러 이상 투자할 것을 도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아프리카 53개국 정부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언명하는 한편, 아프리카인들이 혜택을 직접 향유할 수 있으며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의 육상해상 新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해 서방이 제기하는 '채무 덫' 아프리카 외교 의혹을 부인하면서 3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한 두 번째 포럼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것과 동일한 600억달러 지원을 다시 다짐했다.

    시 주석은 600억달러 지원에는 150억달러의 무상원조, 무이자 차관과 200억달러의 신용대출, 100억달러의 중-아프리카 특별 개발기금 및 아프리카산 특별 수입자금 50억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 주석은 아프리카 국가 일부의 경우 정부부채가 팽창하고 있는 점을 감안, 올해 말까지 상환 기한을 맞이하지만 갚기 어려운 무이자 차관에 대해서는 부채를 탕감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세계 최대 발전도상국인 중국과 아프리카는 이해가 일치하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하면서 대중 통상압력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겨냥, "흔들림 없이 다국간 무역체제를 지키고 보호주의와 일국주의에 반대하겠다"고 역설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인프라 투자를 계속하면서 자원의 주요 수입처이자 잠재적인 거대 시장인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투자 보따리' 공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건설기업의 성장세도 점점 더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건설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s)은 최근 '2018년 세계 건설(도급) 순위 225'를 발표했다. ENR은 매년 전년도 건설사들의 국내외 매출액에 근거해 250대 건설사를 선정, 발표한다. 그 중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부문은 해외 매출만 집계해 순위를 내기 때문에 글로벌 건설시장에서의 위상을 나타내는 참고지표로 활용된다.

    해당 부분 상위 10개사 중 3곳이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 중국교통건설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위를 유지했고, 중국전력건설도 10위를 지켰다. 여기에 올 들어 건축공정총공사(8위)가 새로 진입, 국내 건설기업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한 '글로벌 10대 건설사'에 3개사나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0대 건설사로 범위를 확대해도 중국 건설기업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100대 건설사 중 중국 기업은 지난해 22개보다 3개 늘어 25개사가 됐다. 4곳 가운데 1곳은 중국계인 셈이다. 특히 정유시설을 짓는 중국석유공정건설공사(33위)는 40계단 뛰면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 ▲ 코트디부아르 '아지토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현대건설
    ▲ 코트디부아르 '아지토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현대건설

    그동안 중국 건설산업은 국유기업들이 국내 사업에 강하고 해외건설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이번 순위를 보면 중국 기업들이 해외건설시장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실제 2017년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건축은 지난해 해외수주액이 32조원으로, 전년대비 74.8% 증가했다. 중국 기업 중 최고 순위를 차지한 중국교통건설의 지난해 해외수주액은 36조7000억원에 달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대일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개발 당사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중국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는 협업 체계가 중국 해외건설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중국은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에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관련 인프라 공사를 중국 건설사들이 발주하도록 하고 있다"며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등의 규제를 지킬 필요가 없는데다 국영은행 차원의 전폭적인 금융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계약금액이 5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건설기업의 공세가 국내 기업으로써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해외건설 계약액은 26조원으로, 전년보다 5조원(16%) 감소했다. 2013년 이후 5년 연속 내리막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국제유가 반등 등의 여파로 중동(32.5%) 지역 수주는 늘었지만, 아시아(-38.2%) 및 아프리카(-60.3%) 수주가 크게 줄었다"며 "중동 수주액 증가 역시 2016년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체적인 계약금액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 군림하고 있는 중국 건설업계의 아프리카 영역 확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나라간 경쟁이 치열해 실제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외형 확대와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서는 중요한 사업 부문"이라며 "하지만 중국의 공세가 거세진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