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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수백억대 과징금에 국내 제강사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 등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철근 담합 과징금까지 더해지면서, 경영난이 가속화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제강사들이 적게는 분기에서 많게는 한해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몰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일 6개 제강사들에게 1197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6개 제강사가 영업팀장금 회의체를 조직하고 약 20개월 동안 30여차례 이상 연락하며 월별로 적용할 할인폭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합의내용이 실거래가 형성에 영향을 줬고, 합의 효과가 약화되면 재합의 및 실행을 반복해 담합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현대제철을 제외한 동국제강, 한국철강, 와이케이스틸, 환영철강공업, 대한제강은 경영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짧게는 분기, 길게는 한해로 쌓아놓은 영업이익을 과징금으로 내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우선 417억이라는 최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현대제철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에만 6691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현대제철에게 417억원이라는 과징금은 타 업체들에 비해 높은 비중이 아니라서다.
하지만 동국제강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중 2분기 영업이익은 323억원이다.
동국제강에게는 현대제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302억원이라는 과징금이 결정됐다. 분기 영업이익을 과징금으로 고스란히 날리는 셈인 것.
한국철강 역시 비슷한 처지다. 상반기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한국철강은 이보다 많은 175억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환영철강공업은 올 상반기 16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번 과징금은 113억원으로 결정됐다.
대한제강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73억원이라는 과징금까지 더해지며 더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현재 국내 제강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과징금 부과 배경을 세심하게 살핀 후 행정 소송 등 대응 방침을 세운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에서 자료를 넘겨 받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하루 이틀만에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 한두달 정도 검토 기간을 거쳐야 대응 수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소송 등 항소 가능성은 열어두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