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고용악화, 현재 정책 요인 있을 수도"또 갈등?… 政 "당청 협의" VS 靑 "이미 조절"
  • 청와대가 뒤늦게 'J노믹스'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8월 취업자수가 전년 동월대비 3천명 늘어나는데 그치면서다. 지금까지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연말에는 고용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밝혔으나 정부 내에서도 고용회복은 어렵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여건이 하반기로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올해 말에는 취업자수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와 청와대는 한목소리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끄집어 냈다. 하지만 내년도 인상안(10.9%)까지는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실제 조정시기는 빨라야 2020년이 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시장이 버텨내기 쉽지 않아보인다.  


    ◇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 그대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장관회의서 "단기간내 고용이 좋아질 것 같은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이후 방향에 대해 조정할 정책적 여지를 보고 관계부처, 당청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인상률은 결정된 것으로 불가역적이다"고 말했다. 

    앞서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안에 속도조절은 필요하지만 내년 인상안을 손댈 수는 없다는 뜻이다. 즉, 정부의 속도조절이 빨라야 2020년에나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

    당장 시장에서는 최저임금의 차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영업자 208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보완 희망사항을 물은 결과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정부지원 아르바이트생 활용 △주휴수당 최저임금 포함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주휴수당 지급대상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 및 계약 요일 만근한 경우로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에 주휴수당이 적용되면 1만20원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된다. 

    관련 입법도 잇따르고 있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사업장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연장을 골자로하는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 靑 "고용악화, 현재 정책 요인 있을 수도"

    청와대는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정책 고수 의지를 강조해왔다. 지난달 26일 장하성 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서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고용지표가 나오자 입장이 달라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최저임금 속도조절은 이미 사실로 청와대에서 여러 논의를 많이 해왔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한 "고용악화는 구조적,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 정책 요인도 있을 수 있다"면서 부분적으로 정책 오류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껏 경기지표가 악화된 결과가 나올때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고용참사와 관련해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밝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 또 갈등?… 政 "당청 협의" VS. 靑 "이미 조절" 

    모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안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이 다르다. 

    정부는 당청과 협의해 최저임금 인상안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청와대는 "이미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며 시각차를 보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청와대는 이미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과 관련해 속도 조절을 말했고 본인의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 사과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한 점을 들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이미 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