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면역항암제 8종 개발 중… 국내 제약사 중 관련 파이프라인 최다 보유신라젠·제넥신 등 바이오벤처, 자사 개발 신약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투여 연구
  • ▲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좌)와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우) ⓒ연합뉴스
    ▲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좌)와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우) ⓒ연합뉴스

    면역관문억제제(이하 면역항암제) 연구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자 국내 제약사들의 관련 신약 개발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면역항암제 탄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은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특정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기보다 면역기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환자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암을 치료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효능은 훨씬 높다.

    이들의 발견으로 개발된 면역항암제는 다국적 제약사 BMS제약과 MSD의 '여보이'와 '키트루다',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 등이 있다. 특히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지난해 매출은 약 10조원에 달했다. 로슈,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등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들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에 따르면 세계 항암제 시장은 2015년 832억달러(약 90조원)에서 2022년 1900억달러(약 205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 유한양행·동아에스티 등 국내 제약사, 면역항암제 적극 개발

    국내에서도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89건으로 2016년보다 30.9%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8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유한양행은 소렌토 테라퓨틱스와 합작해 바이오벤처 이뮨온시아를 설립해 'IMC-001'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IMC-001은 PDL-1이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완전 인간 단일 클론 항체로 전임상시험(동물실험)에서 뛰어난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 들어 굳티셀, 브릿지바이오, 앱클론, 에이비엘바이오 등 면연항암제 관련 바이오벤처와 공동연구개발·기술도입 개발을 체결해 총 670억원 규모의 금액을 투자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에이비엘바이오와 신규 면역항암 기전의 이중항체신약 공동 개발·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동아에스티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연구 중인 면역항암 기전의 이중항체신약 2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독점권을 갈제 됐다.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이중항체신약은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해 암세포에 대한 인체의 면역반응과 항암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동아에스티는 앞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다국적 제약·바이오 기업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16년에는 미국 애브비에 면역항암제 '멀티K(MerTK) 저해제'를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계약금은 4000만달러(약 480억원) 규모다.

    보령제약의 자회사 바이젠셀은 면역항암제 'VT-EBV-201'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면역항암제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자 혈액암의 일종인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오는 2021년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하고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아 출시하는 것이 바이젠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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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젠·제넥신 등 바이오벤처,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투여로 치료 효과 ↑

    신라젠, 제넥신 등 바이오벤처들은 자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를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해 치료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라젠은 한국, 미국, 유럽, 뉴질랜드, 중국 등에서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분야 임상 3상을 개시했다. 신라젠은 펙사벡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투여 임상을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제넥신은 지난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고형암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 국내 임상 1b/2a상(후기 임상1상, 전기 임상2상) 시험에 진입했다. 제넥신이 네오이뮨텍과 공동 개발 중인 하이루킨-7은 인터루킨-7에 지속형 원천기술을 융합,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면역항암제다. 제넥신은 오는 4분기 로슈의 면역관문억제제 '티센트릭'과의 병용투여를 미국에서 임상 1b/2a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동시에 여러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시도하는 제약사들이 많아졌다"며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항암 바이러스 등 기존 항암제를 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적응증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제약사들도 병용투여 연구를 통해 적응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