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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 '옵디보' 등이 올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 전망 3~4위로 나란히 올라서면서, 올해 글로벌 신약 대세는 면역항암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초로 면역항암제가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전망 '톱 10'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산업분석업체 EP 밴티지(EP Vantage)의 2019년 제약·바이오 분야 전망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를 지킨 글로벌 매출 1·2위 '휴미라', '레블리미드'와 달리, 올 들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가 지난해 매출 9위에서 올해 3위(전망치 91억 7000만 달러)로 올라설 전망이다. 10위권 밖에 있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도 78억 달러로 4위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지난 2014년 첫 출시 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 잡았다. 면역항암제의 약값이 고가인 점을 감안해도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처럼 면역항암제가 부상하는 이유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암 치료 분야는 단일 종양 유전자나 특정 신호 전달계 등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인 표적항암제에서 체내 면역계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작용 기전은 기존의 화학요법, 표적항암제와 달리 동적으로 적용돼 체내 항암면역기능을 활성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정상 세포·조직과 다른 종양의 비정상적인 특징들을 동시에 타기팅할 수 있다.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19조원에서 연평균 23.9%씩 성장해 오는 2022년에는 8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면역항암제 중에서도 면역관문분자(immune checkpoint)를 차단하는 기전의 면역관문억제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실제로 암 치료에 쓰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면역관문억제제를 연구한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발견으로 개발된 면역항암제는 BMS의 '여보이', MSD의 '키트루다', 일본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임상시험이 승인된 항암제 중 면역항암제는 89건으로 전년(63건) 대비 30.9% 증가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중 가장 주목 받는 신약후보물질은 신라젠의 '펙사벡'이다.
펙사벡은 천연두바이러스의 백신을 기반으로 개발된 간암 등 고형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다. 전 세계 약 20개국에서 600여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내에 임상 3상 무용성 진행 평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무용성 진행 평가는 개발 중인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시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다.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펙사벡의 상업화 단계 진입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면역항암제 전문 기업인 유틸렉스는 면역관문억제제와 반대의 기전을 가진 면역관문활성물질을 연구·개발하고 있어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인체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수용체를 차단시킴으로써 T세포의 활성화를 유지시킨다. 이와 반대로 면역관문활성제는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수용체를 자극해 T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면역관문활성제가 신약으로 허가 받은 사례는 없기 때문에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First-in-Class) 신약이 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양한 암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EP 밴티지는 영국의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의 자회사로, 매년 제약·바이오 분야 전망 보고서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