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침해외 등 현장별 여건 상이… 탄력 접근 통해 공기 정상화노동계 "근로시간 단축에 역행… 일방적 개악 저지하겠다"
  • ▲ 자료사진.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성재용 기자

    건설업계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 처벌 유예기간이 다음 달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여야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업계 숨통이 트이고 있다.

    다만 노동계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어 입법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회동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과 관련한 방침을 정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시기에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일이 없는 시기에는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기 위해 탄력근로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해외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국내 현장 역시 3개월로는 부족하다며 기간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건설업은 옥외산업으로 기후의 영향이 절대적이고 다수의 시공 참여자가 협업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단축한 것은 건설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이뤄진 정책"이라며 "특정 시기, 계절에 집중적인 근로가 진행되는 만큼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가장 필요한 업종"이라고 밝혔다.

    건설기업들은 발주처가 정한 공기를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공사가 지연되면 공사지체보상금(LD)을 지불해야 하는데, 지체 날짜 수에 따라 손실액이 크게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원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울러 발주처와의 신뢰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향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 선전도 빠른 공사로 원가를 낮추는 효과는 물론, 신뢰도도 제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추가 인력 투입을 안 할 경우에는 무리한 공사로 건설근로자들의 안전사고와 품질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37개 공사 현장의 공사원가 계산서를 바탕으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적용에 따른 총 공사비는 평균 4.3%, 최대 1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접노무비가 평균 12.3%에서 최대 35%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에 따라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현장에서 인건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준공이 겹치는 달에는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로도 공기를 맞추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성재용 기자

    특히나 해외건설 현장에서는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저하된 원가경쟁력을 완충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현지 국가의 제도, 공사 여건 및 외국 업체와의 효율적 협업을 위해 근로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외 파견 근로자에게도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고 있어 현실을 도외시한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냐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해외 현장은 상황에 따라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밤샘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며 "발주처 사정으로 공사를 못하거나 기자재가 안 들어와 일하는 시간을 확 줄이기도 하는 만큼 대처할 시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겠다는 건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산업에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공사기간 및 공사비 증액 관련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건설 노조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장시간 근로 관행이 이어져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 연장근무만 늘어나게 돼 주 52시간제 도입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 51조를 보면 현재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 적용시 특정 주에서는 64시간(근로시간 52시간+연장 근로시간 12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단위기간이 6개월로 확대되면 연장근로에 적용되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2주 단위에서는 첫 주에만 근로시간이 늘지만, 6개월 단위에서는 3개월 연속 연장근무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건설 노조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논의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 의사를 밝히고 오는 2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하면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양대 노총은 최근 위원장들이 간담회를 갖고 "국회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데 양 노총의 입장과 의지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 일방적인 개악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공동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