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악화, 모호한 회계 규정 해석 책임 전가 시 R&D 위축될 듯시장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 제약·바이오株 안정 기대 ↑
  •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연합뉴스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선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 정지가 결정되자 제약·바이오 업계는 투자 심리 악화, 모호한 회계 규정 해석 책임 전가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했다. 일각에선 어느정도 예상된 결말인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재감리 결과, 거래 정지 결정을 내렸다.

    ◆ 증선위, 거래 정지 결정… 삼바 회계처리 고의성 인정

    이날 오전 시작된 증선위 정례회의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참석해 최후 진술을 펼쳤다. 증선위는 최후 진술을 듣고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제출한 제재조치안을 의결했다.

    증선위는 2012년부터 각 회계연도 별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2012~2013년은 과실, 2014년은 중과실, 2015년은 고의 회계처리 위반으로 인한 중과실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금감원의 추가 내용과 증거자료로 제출된 회사 내부문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 등 이전 연도에도 콜옵션 부채를 인식했어야 함을 2015년에 인지했으나 회사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을 우려해 지배력 변경 등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회계처리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증선위는 삼정회계법인에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 7000만원을 부과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했다. 또한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도 과실에 의한 위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 받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공인회계사 직무정지는 자본시장법·공인회계사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날 증선위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가 당분간 정지되며, 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즉각 반발… "행정소송 제기하겠다"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각 반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사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며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의 오늘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회사는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사업에 더욱 매진해 회사를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과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 제약·바이오 업계 반응은? 대부분 우려…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는 증선위가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는 대신 거래 정지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럼에도 이들은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 정지 후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거래 정지 처분이 내려지자,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심리가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인해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심 악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증선위 결론에 대한 바이오 업계의 우려도 컸다. 바이오 업계는 지난 2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를 비롯한 각종 회계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금감원의 연구개발비 관련 테마 감리 이슈에 이어 이번 사건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모호한 규정과 해석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전적으로 전가하게 되면, 기업 경영은 더욱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위축시키고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날 증선위의 결론이 내려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번 주만 해도 제약·바이오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에 극심하게 요동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주요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300 헬스케어지수 거래량은 515만 2900주에서 6224만 3000주로 폭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떤 결론이 나든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칠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며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제약·바이오 주가는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제로 상장폐지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보다는 거래 정지 후 벌금 등의 처분을 받고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바이오 시가총액 상위 3위 내에 들던 종목이라 그리 쉽게 상장폐지가 될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