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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택지 공급주택의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불이 붙었다. 시민단체는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를 넘어 세부자료 공개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건설업계는 주택공급 위축을 불러와 부동산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6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공공택지 공급주택은 ▲택지비(택지공급가격·기간이자·그 밖의 비용) ▲공사비(토목·건축·기계설비·그 밖의 공종·그 밖의 공사비) ▲간접비(설계비·감리비·부대비) ▲그 밖의 비용 등 12개 항목에 대해 분양가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공사비를 세부 공종별로 구분해 항목을 62개로 늘렸다. 다음달 26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통과하면 빠르면 내년 1월 중 본격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늘리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는 2007년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주택의 경우 61개, 민간주택은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했다.
이후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61개에서 12개로 축소했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민간부문의 원가 공개항목이 폐지됐다. 이번 개정안은 과거보다 공시항목이 1개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참여정부에서 분양원가 공개 범위를 확대했을 때도 공급이 크게 줄어 집값이 폭등했다"며 "오히려 싼 가격에 공급되는 주택은 '로또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커 투기만 부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 아파트의 가격이 주변 시세에 맞춰 상향조정될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만큼 주택공급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
항목별로 원가를 따지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항목별로 원가를 추산하기도 쉽지 않아 정확한 분양원가 산정이 어렵다"며 "원가라는 것은 기업의 영업기밀인데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자유시장주의와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국토부의 이 같은 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분양원가 공개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공급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전환점"이라며 "분양원가 공개만 제대로 되면 집값 거품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