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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판단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판단 적절한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쟁점과 입장' 주제 발표를 통해 증선위의 고의분식 회계 판단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조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 시장이 아닌 나스닥으로 갔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최소한 금융당국으로부터 감리와 재감리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코스피 시장은 적자기업의 상장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둬 기업의 과거 실적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스닥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중요시하며 투자자들의 자기책임 원칙을 견지하기 때문에 상장 희망 기업이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지 여부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며 "상장 당시 적자일 수밖에 없는 삼바로서는 '나스닥 시장'을 노크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6000억원, 자본금 2000억원 이상이면 상장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 상장을 권유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2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급적이면 국내 시장에 상장해 달라"며 "그래야 우리 자본시장이 풍부해지고 유망한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냐"고 발언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자인데도 '대형 유망기업'으로 분류돼 상장된 배경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배경을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 상장 의혹을 일축했다.
조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불법적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조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는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이 합병 당시 저평가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모회사 할인 퍼즐'을 통해 반론을 펼쳤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은 지배구조 문제상 애초에 팔 수 없는 주식이기 때문에 온전한 자산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조 교수는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은 팔 수 없는 주식"이라며 "이를 팔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로지 배당권리만 가진 반쪽짜리 주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저평가된 것"이라며 "삼성물산으로 합병할 때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변경 시점을 봤을 때 두 이슈는 별개로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지난 2015년 7월 이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같은해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를 변경하고, 2016년 11월 상장했다.
이어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가를 올리기 위해 분식을 했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미래가치가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융감독원이 감리기준을 바꾼 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교수는 "금감원이 기존 감리안을 폐기하라고 명령하고 새로운 감리안으로 결정을 내린 것은 재량권의 남용"이라며 "관료와 정치인이 시장경제의 주인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해당 정책토론회에는 조 교수를 비롯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