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꽉 물고 있느라 이빨 다 금이 간 듯하다" 해석 분분아들 이규호 상무 전무 승진, 패션부문 총괄
  • ▲ 28일 오전 행사 후 직원과 인사를 나누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 ⓒ 코오롱
    ▲ 28일 오전 행사 후 직원과 인사를 나누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 ⓒ 코오롱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전격 퇴임을 선언했다. 임직원에게 경영 쇄신과 성장동력 확보를 주문한 이 회장은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걷겠다"며 향후 행보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웅열 회장은 내년 1월 1일부로 그룹과 계열사 경영 전반에서 물러난다. 후임 회장은 없으며,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원앤온리(One & Only) 위원회’가 그룹 현안 전반을 조율한다. 위원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유석진 ㈜코오롱 대표이사가 맡는다.

    이 회장은 28일 오전에 열린 사내 행사에서 돌연 퇴임사를 낭독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갑작스러운 퇴임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지만, 사장단 협의체 구성 등 대책을 미리 마련한 것으로 보아 이 회장은 오랜 기간 동안 퇴임을 고민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웅열 회장은 퇴임사를 통해 “(사람들은) 내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동안 금수저를 꽉 물고 있느라 이빨이 다 금이 간 듯하다”면서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 창업의 길을 갈 것이며, 지금 아니면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밝혔다.

    또 “코오롱은 10년 전이나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년 시무식에서 환골탈태의 각고를 다졌지만 미래의 승자가 될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고, 이후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되면 제 임무가 완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 퇴임사의 요점은 ‘조직 혁신’과 ‘제2의 인생’이다. 재계는 정체된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이 회장이 퇴임이라는 강수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놓는 한편, 이 회장의 이후 행보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코오롱의 성장세는 둔화된 상태다. 1996년부터 약 23년간 그룹을 이끈 이 회장은 취임 후 19개였던 계열사를 40곳으로 확대하는 등 외형 성장을 꾀했지만, 실적 등 내실 측면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대다수다.

    뚜렷한 성과 없이 성장이 정체된 탓에 옛 명성도 다소 약해졌다. 선친인 고 이동찬 회장 시절 재계 순위 19위까지 이름을 올렸지만, 지금은 30대 그룹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 ▲ 이웅열 회장 아들 이규호 전무. 이 전무는 코오롱인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돼 패션사업을 총괄한다. ⓒ 코오롱
    ▲ 이웅열 회장 아들 이규호 전무. 이 전무는 코오롱인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돼 패션사업을 총괄한다. ⓒ 코오롱

    이 회장 퇴임에 맞춰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코오롱인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된 이 전무는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하며 경험을 쌓은 후,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 관계자는 “갑작스런 퇴임 소식에 내부 직원들도 많이 놀란 분위기지만, 퇴임사를 비추어보았을 때 오랜 기간 퇴임을 고민하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그룹 내 의사결정은 사장단 협의체를 통해 이뤄지며, 창업 등 이웅열 회장의 추후 행보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