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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호텔이 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이미 한국 최고 호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최고의 호텔이라고 모두에게 인정 받는 것입니다. 한국 최고의 호텔로 인정받는 것은 우리가 우리 호텔을 가장 비싸게 책정해놓고 '우린 한국 최고의 호텔이야'라고 자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얼마나 인정해주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내년만의 목표는 아닐 것입니다. 아마, 긴 여정을 함께 해나가는 목표이자 계획이겠죠."
개관 이후 두번째 연말을 맞은 시그니엘 서울 호텔의 몰튼 앤더슨(Morten Anderson) 총지배인은 뉴데일리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시그니엘 서울 호텔은 한국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의 76~101층에 위치, '6성급 럭셔리 호텔'을 표방하고 있다. 롯데호텔의 최상위 프리미엄 호텔 브랜드로, 기존 롯데호텔과는 차별화를 둬 '한국식 프리미엄 럭셔리 호텔'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앤더슨 총지배인은 "시그니엘은 처음부터 한국에서 가장 고급스럽고(럭셔리하고) 좋은 호텔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이를 위해 설계 당시부터 호텔 시설 자체를 좋게 지었고, 새로운 수준의 서비스를 세상에 소개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 내부적으로 좋은 직원들을 영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설계해 한국에서 가장 높은 평균 단가를 가진 호텔이 되고자 노력했고,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부분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1년8개월이라는 시간이 럭셔리라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달성하는데 아직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을 계속해서 보완하는 등의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시그니엘 호텔은 객실 평균 단가를 45만원 수준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다. 앤더슨 총지배인은 "럭셔리 이미지는 추상적이기도 하고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며 "롯데호텔은 제대로 된, 올바른 경로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처음 오픈 당시보다 외국인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럭셔리 호텔을 찾는 '럭셔리 트래블러(Luxury traveler)'들이 많이 찾고 있어 여기서 럭셔리 이미지와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그니엘이 여타 롯데호텔의 브랜드와 다른 점은 단순히 단가가 높고 시설이 좋다는 점만은 아니다. 앤더슨 총지배인은 시그니엘은 내부 데이터 분석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손님이 한 번 와서 보여준 선호는 자동으로 반복돼야 하는 것이 럭셔리 호텔"이라며 "조식 때 카푸치노를 먹었으면 다음에도 카푸치노가 서빙되고, 베개를 한 번 선택하면 다시 묻지 않고 자동으로 세팅돼야 한다. 정보 분석에 많은 시간을 들여 손님에게 '우리가 당신을 인지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럭셔리 호텔을 찾는 고객의 경우 어딜 가든 럭셔리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안목이 높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
시그니엘서울의 스테이(STAY)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에서 1스타를 획득했다. 서울 시내 전망이 훤히 내다보이는 시그니엘서울 81층에 위치한 스테이는 작년 4월, 프랑스 요리계의 황태자라 불리는 야닉 알레노(Yannick Alléno)의 세심한 손길 아래 오픈해 화제가 된 이후, 불과 1년여만에 미쉐린 1 스타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시그니엘서울은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까지 3년 연속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해 국내 호텔 중 유일하게 양식과 한식 레스토랑 모두 미쉐린 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대해 "럭셔리 호텔의 식음업장 수준은 호텔의 수준을 알려준다. '식음업장이 잘 팔리면 숙박도 잘 된다'라는 말도 있다. 미슐랭 스타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명성 있는 지위이기 때문에, 전세계의 어떤 손님이라도 한국의 호텔 정보를 들여다보다가 미슐랭 스타 2개 업장을 가졌다는 정보를 얻는 것이 다른 정보, 예를 들어 '높다'든가, '좋은 호텔'이라든가 하는 정보보다 훨씬 호텔의 수준을 높게 직감할 것이다. 전세계 어느 도시를 보더라도 미슐랭 스타 2개 이상을 보유한 업장을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라며 "우리는 운이 좋게 2개나 보유하게 됐다. 마케팅 면으로나 판매 면에서 매우 좋은 무기를 얻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스테이가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하면서 이를 위해 호텔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
앤더슨 총지배인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손님이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먼 거리를 갈 의향이 있는가를 함께 평가한다. 스테이가 미슐랭 1스타를 받은 후 거리적으로 먼 곳에서 오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시그니엘서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슐랭 2스타에 도전한다. 앤더슨 총지배인은 "어떤 식당들은 1스타를 받은 후 2스타를 받으려고 컨셉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시그니엘은 스테이의 컨셉을 유지한 채 2스타에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 손님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개선해나가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내실을 다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컨셉을 유지하고 2스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빌리제뚜르 어워드(Villegiature Awards)’에서 ‘아시아 최고의 호텔(Grand Prix of the Best hotel in Asia)’로 선정됐다. 2003년 처음 시작된 빌리제뚜르 어워드는 전 세계적인 호텔 어워드로 매년 20여명 이상의 유명 언론인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지역 최고의 호텔, 레스토랑 & 바, 스파 등 20여개 부문의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그니엘서울은 태국의 ‘포시즌스 텐티드 캠프 골든 트라이앵글(Four Seasons Tented Camp Golden Triangle)’, 하노이의 ‘JW메리어트 호텔 하노이(JW Marriott Hotel Hanoi)’ 등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과 경합을 벌인 끝에 아시아 최고의 호텔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앤더슨 총지배인은 "아시아 최고 호텔 상을 타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자부심이 높아졌고 대외적으로는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내년 우리 호텔의 또 다른 목표는 고객에게 인정을 받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여나가는 것이다. 추구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텔 운영에 있어 철학이 일관돼야 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그니엘 서울의 초대 총지배인인 몰튼 앤더슨은 덴마크 국적으로 호텔 매니지먼트를 전공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발리를 첫 근무지로 택할만큼 아시아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이후 롯데호텔 모스크바 총지배인을 거쳐 '시그니엘 서울'에 합류했다. 시그니엘서울 오픈을 준비할 당시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에 온 지는 2년 정도 됐다. 그는 한국적인 롯데호텔의 서비스를 '우아'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한국식 서비스는 우아(Graceful)하고 격조가 높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전달하는 직원의 모습 자체가 상당히 몸에 배어있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준다. 교육을 통해 습득, 체득된 것이 아닌 원래부터 몸에 배어있는 사람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전달하는 서비스가 상당히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호텔의 첫인상, 인사는 유럽이나 서양의 경우 그렇지 않지만 한국식은 고개를 정중하게 숙여 인사하는 것이 상당히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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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기 직전, 그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Are you proud(자랑스럽지 않으세요)?". 그런 그의 뒤로 서울의 전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울의 가장 높은 호텔에서 바라보는 서울이 유난히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