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시너지 '빨간불'
  • ▲ 양사 CI ⓒ 각사
    ▲ 양사 CI ⓒ 각사

    롯데가 물류 계열사 합병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롯데로지스틱스의 상품판매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물류 경쟁력을 갖춘 ‘진짜 물류회사’를 표방하기 위해서다.

    롯데는 내년 3월 1일까지 물류 계열사 롯데로지스틱스와 글로벌로지스의 통합 작업을 마무리한다. 통합사 예상 매출은 3조원 규모다. 양사의 지난해 매출(롯데글로벌 1조7500억원, 롯데로지스 3조3700억원)을 단순 합산한 5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롯데로지스가 중단하는 상품판매는 거래처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해 편의점 등 소매점에 납품하는 구매대행 개념의 벤더사업이다. 상품판매 부문은 최근기준 롯데로지스 매출의 73%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룹 내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운영법인)에서 90%의 매출을 낸다.

    롯데로지스의 상품판매 사업은 그동안 전형적인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룹 유통 계열사에 의존하는 매출이 지나치게 큰 탓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롯데는 이번 합병을 기회로 내부거래 비중 해소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로지스틱스 관계자는 “통합법인은 물류에 특화된 종합 물류사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선 내부거래 위주의 벤더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면서 “합병사 출범 쯤엔 코리아세븐 등 내부 계열사와의 업무 계약이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통합사는 상품판매 부문을 제외한 롯데로지스의 2자 물류와 롯데글로벌의 3자 물류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2자물류는 내부 계열사의 물량을 처리하는 사업을 뜻하며, 3자물류는 택배와 국제특송 등 외부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 사업이다.

    롯데는 상품판매 사업을 떼내며 통합사를 ‘진짜 물류회사’로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부거래 해소, 종합물류사로서의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익성 등 실익 측면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당장 롯데로지스 매출과 영업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벤더사업을 떼어내면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통합 파트너인 롯데글로벌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 3분기까지 230억원대의 적자를 낸 상황이라 더 어렵다.

    시장의 시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양사 통합소식 발표 후 한국신용평가는 롯데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병 이후 예상되는 수익성 저하와 재무 부담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더사업에 대한 롯데로지스틱스의 매출, 영업이익 의존도가 상당했던 만큼 합병 법인 초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에도 주력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내는 등 고전하고 있어 이를 수습하는데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