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만으로 선택 하지 않는 한국인 여행객… 치열한 경쟁 속 국내 여행사 변화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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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여행사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행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본을 등에 업은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가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며 국내 여행사들은 패키지 여행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 당시에는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패키지 여행을 하나 보내고 나면 자동차를 한 대 새로 뽑을 수 있다'는 농담도 나오던 시절이었다.

    이후 여행 시장은 점차 커졌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해외 여행객이 점점 늘어났고, 여행 국가도 다양해졌다. 2010년대 초반 익스피디아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글로벌 OTA들이 차례로 한국에 진입, 현재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씨트립(트립닷컴), 트리바고, 부킹닷컴 등이 국내시장에 진출해있다.

    당초 글로벌 OTA의 한국 진출이 잇따를 당시 국내 여행사들은 모두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OTA가 국내 여행시장 규모를 모두 가져가고 기존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사들은 설 곳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가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외여행객들의 항공권 구입채널 중 OTA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7.2%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1%p 늘어난 수치다. 이와 반면 국내 종합여행사 이용 비중은 전년 동기대비 4.5%p 감소한 19%였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OTA가 당초 예상만큼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별 이용객이 증가하고, 온라인 기반의 예약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인들이 서비스 품질을 중시하고 여행 계획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익스피디아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은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평균 9.6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박 4일 일정 기준이다. 10명 중 3명(29%)은 15시간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대부분 여행객은 오래 검색할 수록 더 만족스러운 상품을 찾는다(63%)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국인 여행객들은 상품을 구매하거나 구매한 후, 꼼꼼하게 따져보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곧바로 피드백을 받기 원하기 때문에 상담이 어려운 글로벌 OTA 이용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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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카이스캐너
    이에 중국 여행업계 1위 씨트립(Ctrip)그룹이 만든 브랜드 트립닷컴은 한국 시장 인프라 구축을 위해 수십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했다. 특히 서울에 24시간 한국어 고객센터 운영이라는 과감한 조치를 택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OTA의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립닷컴이 자본력으로 일단 한국 시장에 24시간 고객센터라는 강수를 두고 나섰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까지 잇따르면서 고객센터 인건비를 오랜 기간 버텨낼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한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여행객들은 비슷한 가격대에서 여행사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몇백, 몇천원 차이인 경우에는 여행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피드백이 빠른 국내 대형 여행사를 우선 순위에 두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OTA의 취소수수료 과중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반발도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아고다·부킹닷컴·익스피디아·호텔스닷컴 등 4개 해외호텔 예약 사이트 운영사업자의 7개 유형의 불공정약관조항을 시정하고, 환불불가 조항에 대해서는 시정권고했다.

    공정위가 대표적으로 권고한 사항은 환불불가 조항이다. 해당 조항을 적용해 예약 취소 시점을 불문하고 예약변경이나 환불이 일체 불가하도록 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다. 이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는 조항으로 약관법상 무효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OTA는 과도한 사업자의 면책, 손해배상책임 제한, 환불 거부 등에 따른 소비자 불만과 피해 증가에도 글로벌 약관을 내세우며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양새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국내 여행사들은, 패키지 여행으로 다시 여행객을 끌어들이고, 글로벌 OTA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한편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여행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져 여행업만으로는 생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 1,2위인 하나투어, 모두투어는 호텔, 면세점, 외식업, 문화사업 등에 뛰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하나투어는 내년부터 브랜드 '모하지'를 론칭해 자유여행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한다. 모두투어는 여행업계 최초로 도입한 55인치 대형 스마트 키오스크 `TOUCH M(이하 터치엠)`을 현재 60여곳에서 내년 전국 100여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 ▲ 티라운지 홍콩공항지점. ⓒ하나투어
    ▲ 티라운지 홍콩공항지점. ⓒ하나투어

    여행박사는 페이코 간편결제, 쿠폰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사업을 전개할 계획이고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한 노랑풍선은 내년 신사업 확장을 통해 지속 성장할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여행사가 글로벌 OTA의 장점인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게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감도 받을 수 있고 간편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들이 글로벌 OTA의 공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신 사업과 서비스 개선 등으로 맞선다면 꼼꼼한 한국인 여행객들의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OTA가 자본력으로 일단 규모 키우기에 나섰던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 여행사들은 장기전에 돌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