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상반기 협상서 톤당 4만~5만원 인상 요구조선사, 바오강 등 중국 밀과 물량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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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들의 후판가격 협상이 또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철강사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조선사는 때마침 가격이 떨어진 중국산 후판을 대안으로 고려 중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중국산 확대 방침을 정하면 철강사들이 입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선 중국산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 제조사들은 조선 빅3와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가격 인상폭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협상이 예년과 다른 점은 국내 조선사들이 국산 후판 대안으로 중국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 후판 가격 인상으로 한계점에 다다른 조선사들은 바오산강철 등 중국 철강사들과 상반기 물량 확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국산 후판은 국산과 비슷한 가격 탓에 큰 이점이 없었다. 하지만 중국 내수 경기 침체, 완화된 감산 정책, 미중 무역분쟁 영향 등으로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며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산 후판 가격은 지난해 10월 대비 톤당 100달러 가량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조선사들이 중국산 확대를 적극 검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철강사들은 가격 정상화를 위해 또 한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상하반기 통틀어 톤당 11만원 가량 후판 가격을 올린 바 있는 철강사는 이번에도 톤당 4만~5만원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이들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후판부문에서는 여전히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사 공급물량이 아직 유통가격과 차이가 난다는 점도 가격 정상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현재 철강사들이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은 대략 톤당 67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 유통 가격인 톤당 70만~71만원과 여전히 톤당 3만~4만원 차이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조선사로부터 수익을 얻고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게 절대 아니다"며 "적자만 안나는 범위에서 공급하려 하기 때문에, 가격 정상화란 표현을 빌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철강사들이 한국향 물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협상에서 중국산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후판가격 인상은 업계 전체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조선사들은 적자 문제가 아니라 생존 차원에서 가격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