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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소를 한 지 10년 동안 지금처럼 힘들 때가 없었어요. 매매는 둘째치고 전월세 거래도 뚝 끊겼다니깐요. 몇 달째 손가락만 빨고 있어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W공인중개소 대표)
15일 찾은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업소들은 대부분 한산했다.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탓도 있지만 올 들어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면 투자수요가 있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정부 대출 규제로 끊겼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맘때쯤 보통 개학을 앞두고 전월세 거래가 많은데, 그 수요마저도 사라졌다"며 "집값 하락이 예상되니 실수요자들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인데다, 투자자는 대출이 막혀 투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하루 평균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신고 건수 기준)은 15일 기준 754건에 불과하다.
일 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하루 50.3건으로, 전월(일 평균 74.5건) 대비 32.5%나 떨어졌다. 지난해 1월(329건)과 비교하면 85%나 급감한 수준이다. 아직 신고가 안 된 거래건수를 감안하더라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주택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졌던 2013년 1월(일 평균 38.6건)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거래절벽이 심화되자 집값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인중개사들 절반 이상도 올해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감정원 '2019년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1.0%가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응답했다.
하락 전망 이유는 △대출규제 강화로 차입 여력 축소(43.5%) △공급물량 증가(신규분양, 입주물량, 미분양 등 증가)(26.9%), △지역 기반산업 및 경기 침체(10.5%) △보유세 개편, 다주택자 규제 등 정부 규제(9.6%) 등의 순이었다.전문가들 역시 지난해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대책에 이어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올해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 차가 커 서울 거래절벽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계속 늘어날 경우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