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고가 1주택자 보유세 누진율 상향해야"똘똘한 한채 정조준…6월 지방선거 후 세제 강화 가능성도보유세 올릴때마다 역효과…조세전가·조세저항 부작용 우려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총 세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다시 한번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주택자에 더해 '똘똘한 한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 보유세까지 높여 조세형평성 강화와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 진리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입증됐다. 규제 일변도 정책과 세제 강화는 '집값 폭등'이라는 뼈아픈 결과만 낳았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대통령 발언이 무색하게 보유세 카드를 꺼내들며 과거 진보정권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고가 1주택자 보유세 인상 움직임에 강남권과 한강벨트 일대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보유세 강화 조치로 1주택자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4일 공개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가 1주택자에 대해서도 보유세와 양도세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고 누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정책이 발표되고 주택가격이 좀 안정되면 그 다음에는 세금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같은 한채라도 소득세처럼 20억, 30억, 40억원 등 구간을 더 촘촘히 해 보유세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고가 1주택자 보유세 인상에 대한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해당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당과 논의된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달 추가 주택공급대책 발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당정이 6월 지방선거 후 세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보유세 강화가 매번 실패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투기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목 아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을 골자로 한 '10·29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고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했지만, 되려 시장의 불안심리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2003~2004년 서울 아파트값은 연평균 15~18%,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30%까지 치솟았다.

    종부세 시행후 세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06년엔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증여와 법인명의 전환 등을 선택하면서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됐고, 그 여파로 서울 집값은 2007년까지 2년간 37%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도 보유세 강화·공시가격 인상·다주택자 세금 중과 등 규제로 점철된 시기였다.

    특히 2018년에 발표한 '9·13종합대책'은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을 3.2%까지 끌어올리는 초강력 규제였다.

    대책 발표후 서울 집값은 2019년 6월까지 7개월 연속 내리며 대책 '약발'이 나타나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반등 조짐을 나타냈다.

    이에 문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3주택 이상 보유자에 최대 6% 누진세율을 중과하는 등 후속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결과 문 정부 시기 전국 집값 상승폭은 78%로 역대정권 가운데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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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선 무리한 세제 강화는 집값 안정은커녕 시장 왜곡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부동산 보유세의 세 부담 및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부동산 보유세가 주택가격 상승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주인이 전·월세값을 올려 세입자에게 보유세 인상분을 떠넘기는 '조세 전가'도 보유세 인상 주요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발표한 '보유세 전가에 관한 실증연구: 전월세 보증금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임대인 보유세가 1% 증가하면 증가분의 29.2∼30.1%가 전세보증금, 46.7~47.3%가 월세 보증금에 전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할 경우 유례없는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가 1주택에 거주하는 은퇴 고령층,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산 40~50대 등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다주택자에 이어 똘똘한 한채에 화풀이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평생 자본을 모아 집 한채 마련한게 죄냐'는 비판여론도 적잖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는 실수요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인상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면 조세저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보유세를 올리면 매물이 풀린다는 것은 굉장히 1차원적인 발상"이라며 "이미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현 상황을 고려하면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오히려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