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 목표 최대 8000억원으로 설정지난해 목표치 보다 2배 가까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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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맡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정 부사장의 판단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최대 8000억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목표였던 4100억원 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금액이다. 2017년 매출과 비교하면 230% 이상 올랐다.
지난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듬해인 2017년 2월 KSS해운에서 운영하는 LPG운반선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며 친환경 선박 서비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출범 이후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매년 목표치를 2배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목표 역시 2017년 보다 2배 증가한 매출 4100억원으로 잡았는데, 3분기 말까지 누적 매출이 2779억원으로 업계에서는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의 폭발적 성장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선박 개조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수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IMO는 생태계 오염을 막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아울러 오는 2020년부터는 선박용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로 강화한다.
이에 따라 해운사들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를 설치하는 동시에 현재 선박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를 저유황유로 바꾸거나 스크러버를 장착해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한다. 대부분은 비싼 가격 탓에 연료를 바꾸는 것 보다 스크러버 설치를 선호하고 있다.
친환경 설비의 설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제공하는 선박 AS사업은 현대가 오너 3세인 정기선 부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선박 보수가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출범 초기부터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주목 받았다. 정 부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의 장남으로 지난해 초 그룹 지주회사 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그룹선박·해양영업 대표로 임명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 부사장은 이 외에도 그룹 지주회사 경영지원실장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영 성적표는 합격점, 앞으로 전망도 밝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IMO의 환경기준 강화로 BWTS 설치 시장은 2024년까지 30조원, 스크러버 시장은 2020년까지 11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스크러버를 단 배는 4~5%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선사들이 환경규제 대응 방법으로 스크러버를 선택한 만큼, 앞으로 스크러버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친환경 선박 설비사업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작 기간 덕분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자체 개발한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는 경쟁사보다 10%, 스크러버는 25% 정도 저렴해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스크러버 제작 기간도 다른 회사의 경우 1년 3개월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절반인 7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스크러버 사업에서 가격과 시간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급성장 할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22년까지 매출 2조원과 영업이익 4030억원, 수주 23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업계에서는 스크러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목표 달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와 스크러버가 타 회사보다 경쟁력이 높은 만큼, 신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친환경 선박 설비사업 외에도 기존 부품·엔진에 대한 O&M(유지·보수)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