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부사장, 10일 문 대통령의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참석그룹 주요 현안 챙기는 중심 역할 맡아…대우조선해양 인수 힘 보태나사우디와의 사업 협력 강화…엔진 제작·애프터서비스 합작회사 설립
  •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중공업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그룹의 주요 현안들을 직접 챙기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이끄는 등 대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정기선 부사장이 정부 행사에 참석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간 권오갑 부회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이 외부행사에 참석하면서 정 부사장은 한 발 물러나 있었지만, 최근에는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 부사장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방안 마련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정 부사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 및 오너들이 자리했다.

    이번 간담회는 정 부사장이 30대 주요 그룹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 외에도 그룹 주요 현안을 챙기는 중심 역할을 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경쟁국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결합 대상 국가 중 하나인 일본 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되자 심사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 조선업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조선·해운 지원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면서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신규 선박이 발주되면 글로벌 해운 운임과 선박 가격에 영향을 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본이 최근 경제보복 차원에서 국내 반도체·소재 기업 등에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자 조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본 당국이 한일 무역갈등으로 인해 심사를 최대한 오래 끄는 등 기업결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 부사장도 이번 간담회에 참석해 이런 우려를 전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청와대 초청으로 간담회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앞서 지난달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와 만나 협력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번 만남으로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 산업투자공사(Dussur)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엔진 제작과 애프터서비스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정 부사장과 사우디와의 인연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 부사장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함께 합작 합작 조선소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 조선소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총 5조원이 투입되며 그 중 현대중공업 지분은 약 10%다.

    이번 협력이 사우디에서 발주할 선박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아람코는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 발주를 앞두고 있다. 설계부터 생산으로 이어지는 2개 해양설비 패키지 사업으로 공사비가 60억~70억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Bahri)발 선박 수주도 기대를 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합작 조선소 설립 프로젝트는 정 부사장이 주도했던 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이번에 사우디와의 협력 강화에도 정 부사장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최근까지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맡아 경영 수업에 매진해 왔다. 정 부사장이 이끄는 사업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자 이제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룹 핵심 현안들을 직접 챙기면서 본격적인 경영 능력 검증에 나선 것 아니냐는 평가다.

    정 부사장이 이끄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친환경 선박사업을 통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정기선 부사장이 취임한 지난 2017년과 비교해 73.5%, 영업이익은 27.6% 각각 증가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의 개조 및 유지, 보수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 참석이 본격적인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승계를 위해서는 경영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 부사장이 그룹 주요 현안에 있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