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배성주식 120%까지 참여하기로 결정…출자금액 최대 544억원지난해부터 지분 매입으로 일렉트릭 지원… 대우조선 인수 시 자금 부담실적 악화에 향후 조선업 시황도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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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지주가 위기에 빠진 현대일렉트릭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했다. 올해 초까지 진행해 온 지분 매입에 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현대중공업지주가 짊어질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일렉트릭의 이번 자구노력이 뚜렷한 경영개선 효과로 이어져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 청약 배정주식에 120%까지 참여하기로 했다. 출자금액은 454억~544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날 전사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5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용인 마북리 연구소 부지와 울산공장 내 선실공장 부지를 매각하는 등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약 1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일렉트릭의 이같은 위기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되며 자립한 이후 대내외적으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반덤핑 관세 영향 외에도 2015년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의 수주 물량이 줄어 실적이 악화됐다.

    현대일렉트릭은 전기전자제품 솔루션 전문업체로 변압기와 차단기, 배전반 등을 제조·판매한다. 변압기 부문에서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선박에 전장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어기술, 회전기,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제공한다.

    이번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통해 마련되는 약 3000억원은 주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되며, 일부는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이를 통해 부채 비율을 100%대로 낮춰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말부터 현대일렉트릭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현대일렉트릭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보유주식은 707만1944주에서 768만1944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34.74%에서 37.74%로 증가했다.

    하지만 올 초 이후부터 추가 지원이 전무했다. 업계에선 현대일렉트릭이 더이상 지주사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꼽았다. 인수 자금 마련 등으로 현대중공업지주의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유상증자는 별개이며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다르다. 인수를 위한 초기 주식 교환 단계에서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향후 대우조선에 대한 유상증자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인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분석 리포트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무부담은 단순합산으로 기존 6조9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며 "향후 조선업황과 실적, 사업시너지 창출 여부 등이 그룹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한국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와 해외 여러 국가에서 기업결합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인수 시점에서의 소요자금은 6000억원 내외로 보고 있다.

    조선업 시황이 좋지 않아 실적이 악화된 것도 우려를 가중시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분기 선박 발주량 감소로 연결 영업이익 2019억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4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8237억원, 당기순이익은 729억원으로 각각 1.6%와 58.0% 감소했다.

    앞으로 수주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19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는 올해 전체 약 10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대비 24% 감소한 수치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재무구조 영향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다만, 인수 이후 차입부담,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금소요로 인해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