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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와 증권선물위원회의 행정소송 사건은 금융당국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무리하게 도입해 빚어진 결과라는 전문가 진단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삼바-증선위 행정소송의 쟁점·전망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사건이 금융당국이 IFRS를 무리하게 도입해 빚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에서 엔론사태가 발생하면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IFRS 도입을 고려하게 됐다"며 "미국은 준법심사 비용(Compliance cost)이 심하게 들고 감독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IFRS 도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본도 마찬가지 이유로 IFRS 도입을 포기했지만, 한국은 회계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 IFRS를 도입했다.
이어 그는 증선위의 '삼바 고의 분식회계' 판단의 근거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증선위는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비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관계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처리한 기간 중 2012~2013년은 경과실에 속하고, 2013~2014년은 중과실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 대해 최 교수는 "2012~2013년은 삼바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3~2014년에도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봐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이 기간 삼바는 계속 유상증자를 통해 에피스에 대한 지분이 91.2%까지 치솟았고, 바이오젠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지분율이 8.8%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선위 판단의 근거는 바이오젠에 합작계약상 동의권이 있다는 것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배권이 분할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거에 대해 최 교수는 바이오젠이 가진 동의권은 단순 방어권에 그친다고 맞받아쳤다.
최 교수는 "당시 바이오젠이 가진 동의권이라는 것이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인수합병(M&A) 등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등 바이오젠과 에피스의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동의일 뿐"이라며 "이는 바이오젠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순 방어권이기 때문에 K-IFRS에 따라 지배력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갖고 있으므로 삼바와 지배력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콜옵션은 주가가 설립 당시 가격보다 높아야 행사할 실익이 있다"고 답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6월 콜옵션을 행사했다. 이로써 삼바는 에피스의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바가 여전히 모회사이고 에피스가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 교수는 "한국 상법에 따르면 그렇다"면서도 "삼바와 바이오젠의 합작투자계약서에는 어느 한 쪽이 52% 이상을 가져야 단독 지배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0%+1만으로는 단독 지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회사가 맞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은 일단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본안소송의 결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