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노동시간 주당 평균 8.5시간… 최대 35시간 초과가장 큰 이유 '인력 부족'… "건설사, 사고방식 바뀌어야"
  • ▲ 홍순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성진 기자
    ▲ 홍순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위원장. ⓒ이성진 기자
    건설업계 근로자들이 '주 52시간 근무제'가 사실상 지켜지고 있지 않다면서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추가 노동의 가장 큰 이유로 '일손부족'을 강조하면서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인력 채용을 요구했다.

    30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 10개 지부 사업장, 610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3.3%(385명)가 주 52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건설기업노조는 설문이 특정 기간을 설정해 진행됐으며 해당 기간에 연차를 사용하는 등 변수와 노조가 감시 기능을 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응답 대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업계 전반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 52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조합원들의 초과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8.5시간에 달했다. 주 6시간 초과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으며 돌관공사 현장 조합원의 경우 35시간 초과한 주 87시간 이상 노동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실제로 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관리직은 주 59.8시간, 기능인은 주 56.8시간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9개 대형 현장 중 절반에 달하는 48개 현장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기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 건설현장은 적정 공사비와 공기가 확보되지 않고 동절기·우기·혹한기 등 작업제한 요소가 많아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장시간·집중 근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 이후 업체들의 공정관리 노력에도 상당수 현장이 주 52시간을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근로자들의 직종은 △공무 39.2% △공사 34.4% △안전 12% △품질 7% △관리 4.8% △소장 1.6% 등으로, 실제 현장에서 건설사 직원들이 맡는 직종 비율과 거의 유사하다. 즉 특정 직종에 따라 노동시간이 집중됐다기보다 전 직종에 걸쳐 장시간 노동이 상시화된 셈이다.

    이처럼 적정 공기가 확보되지 않아 돌관공사가 불가피한 가운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기존 근로시간에 따른 공정계획이 수립된 공사의 경우 추가 공사비·공기에 대한 보전이 없다면 건설사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안전사고 증가, 품질저하 등의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현장은 통상 사업체의 규모가 다른 여러 건설업체가 공동도급 및 하도급 계약을 통해 동일한 공사현장에 참여하지만 업체별로 근로자간 작업시간이 상이해 원도급자 통제를 벗어난 공사 진행, 시공 효율성 저하, 안전사고 우려 등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공기·공사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건설현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그나마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미 해를 넘긴데다가 어떤 방안이 나올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건설업체들은 올해 공정계획 수립에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건설업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이 초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인력 부족(24.6%)을 꼽았으며 ▲서류작업 19% ▲발주처업무 12.7% ▲협력업체 야간 11.1% ▲업무량 11.1% ▲상급자 눈치 6.3% ▲분위기 조성 5.6% ▲과도한 회의 2.4% ▲직영공사 0.8% ▲돌관공사 0.8% ▲준공임박 0.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건설기업노조는 건설사들이 정부 기조에 맞게 신규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인건비 예산 구조, 중복 현장 근절 등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기지연을 피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려고 해도 인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며 기존 근로자도 근로시간 단축 적용 현장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순관 건설기업노조 위원장은 "건설사들이 더 많은 인원 충원돼야 함에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유의미한 약속은 있었지만, 사용자의 사고가 바뀌지 않는다면 인원 충원을 하지 않거나 주 52시간 제도를 회피하는 현상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주 52시간과 주 5일제가 반영된 적정 공사기간·공사비 등 관련 제도의 개선을 발표했지만, 시기가 늦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시행령들이 나타나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현행의 입찰제도와 건설산업기본법 등 세부적인 법령들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