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비 감소로 적자 기업 증가·안전 문제 불거져'헐값 공사비' 없어져야 근로시간 단축 효과 제대로
  • ▲ 자료사진. 인천의 한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
    ▲ 자료사진. 인천의 한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


    공공공사의 표준공사기간 산정기준 마련 작업이 본격화된다. 7월 시행예정인 근로시간 단축에 앞선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공공공사비 하락에 따른 중소건설사 부실 및 안전 우려가 여전한 만큼 적정공사비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공공건설공사 표준공기 산정기준'을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는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있는데다 건설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반면 적정 공기 산정을 위한 근거가 전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표준공기 기준 제정은 건설현장에서 발주처의 편의에 따라 부당하게 공기가 산정되는 것을 막고 시설물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건설안전을 확보하고 발주자와 시공자간 공정한 계약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먹구구식으로 공기를 산정하다보니 준공시점에 공기가 부족하고, 발주기관이 불합리한 공기단축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무리한 공기를 맞추느라 서두를 수밖에 없고,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M협회 관계자는 "정치권의 필요해 의해 시급한 사안이면 물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공사기간과 관계없이 강행을 요구해 돈은 돈대로 낭비하게 하면서 품질과 안전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반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저 매해 배정하는 예산 범위에 맞춰 공사기간을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아파트 또는 오피스텔·도로·철도 등 건축물의 종류에 따라 표준공기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와 방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국토부는 그동안 공기산정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누락됐던 요소·기후변화 요인·주 5일 근무제 등 건설 환경 변화를 반영해 연말까지 표준공기 산정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표준공기는 공공공사부터 우선 적용하고, 민간에는 인센티브 등을 통해 도입을 유도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준공기 기준 마련과 관련,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공기 설정을 객관화함으로써 건설현장의 안전 및 품질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 및 공휴일 휴무 등이 반영된 표준공기 기준에 따라 공기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적정 공사비 책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진단했다.

    건설관리학회와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공공공사비 산정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공사비 하락 규모는 2004~2014년까지 약 10.4~16%에 이른다. 이를 2015년 공공공사비 40조3920억원에 적용해보면 공공건설의 비용 하락 여파는 약 4조2000억~6조4000억원 수준이다.

    실제 2015년 건설업의 영업이익률은 0.6%로, 2005년 5.9%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해 전체 건설업체의 28.6%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005년 6.1%에서 2015년 5.1%로 낮아졌지만, 건설업의 낙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공공공사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의 적자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16년까지 적자를 보고 있는 건설사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공공공사 매출 비중이 100%인 기업들이 해마다 30% 이상 적자를 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사현장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근로자 10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 비율인 천인율은 2006년에는 건설업이 7.05%로, 전 산업 평균 7.69%보다 양호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건설업 천인율이 7.48%인 반면 전 산업 평균은 5.02%로 낮아져 건설 부문 안전성이 크게 나빠졌다.

    이 같은 상황에 지어진 공공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공공사 수행 건설사가 부실공사 수행으로 받은 벌점이 2015년 하반기 53.3점에서 2017년 상반기 103점으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표준공기 산정시 현장 안전과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상당히 긍정적적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공사비도 합리적으로 책정돼야 실제로 일하기 좋은 현장이 만들어질 수 있고, 근로자들 삶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