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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방가전업계가 ‘맛’ 관련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한창이다. 업계는 정수기, 밥솥, 김치냉장고 등의 제품에 국내 소비자 입맛에 최적화된 기능을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8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지난달 자사 R&D 센터에 '물맛 연구소'를 설립했다. 코웨이는 최근 신제품에서 정수 성능뿐 아니라 물맛 등 앞선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렌탈시장 경쟁 심화로 자사만의 차별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맛 연구소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한국수자원공사가 인증한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보유한 연구원 45명이 소속돼있다. ‘물맛 감별사’로 불리는 워터 소믈리에는 물의 투명도, 향, 맛 등 물의 전반적인 품질을 평가 자격을 갖춘 인력이다.
코웨이는 지난 2009년부터 물맛 테스크포스팀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7년부턴 물맛 평가 지표 ‘GPT(Good Pure Tasty water) 지수’를 자체 수립해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알려진 대유위니아는 김치·밥맛 연구소인 ‘발효미 과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유는 딤채 개발 시점인 1993년부터 ‘김치 연구소’를 두고 김치 맛을 연구해왔다. 밥솥 브랜드 ‘딤채쿡’을 선보인 2015년부턴 밥맛을 함께 연구하는 ‘발효미 과학연구소’로 이름을 바꿔 운영 중이다.
김치 연구소는 20년간 약 150만 포기의 김치를 담갔다.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서 김치 성분과 맛 변화를 살폈다. 연구소는 수년간의 관찰을 거쳐 김치 숙성, 유산균 생성에 최적화된 환경을 추출했다. 해당 기술은 ‘딤채 발효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김치냉장고 신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쿠첸은 지난달 말 ‘밥맛 연구소’를 신설했다. 연구소엔 밥 소믈리에를 비롯해 쌀과 밥에 대한 전문지식과 설계 기술을 갖춘 연구원 30명이 소속돼 있다. 쿠첸 연구소는 밥맛을 연구하는 알고리즘 팀과 해당 데이터를 제품에 반영하는 개발팀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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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중심인 알고리즘 팀은 취사 온도, 시간, 압력 등을 분석해 최적의 취사법을 개발한다. 쌀밥은 가열시간, 속도, 조리시간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알고리즘 팀이 밥맛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 개발팀에서는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와 회로 개발을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 심화로 제품의 기본 성능을 뛰어넘어, 맛·향 등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특화 기능이 마케팅의 쟁점으로 떠올랐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업계의 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