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신동빈, 이사 연임 ‘무게’정의선, 기아차 사내이사 선임… 핵심 계열사 지배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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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재계 총수들의 ‘책임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등기이사에 신규·재선임될 것으로 알려진 주요 기업 총수들은 법적 책임을 지는 ‘왕관의 무게’를 스스로 떠맡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 수원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말 정기주총에 상정할 안건을 논의한다. 주요안건은 지난해 실적승인과 이사 신규·재선임 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사 임기는 오는 10월 만료된다. 연임을 위해서는 이번 정기주총에서 안건으로 다뤄져야 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임기만료 직전 임시주총이 열려 재선임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핵심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삼성 일가에서 8년 만에 선임된 이사다.

    원칙상 비등기임원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나설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이사로 선임되면서 여러 이사회에 참여해 그간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 굵직한 경영현안 결정과정에 참여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다음달 주총에서 기아차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간 비상근이사를 맡으며 기아차 경영에는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내이사로 나서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에 이어 기아차에서도 적극적인 리더의 면모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 회장도 다음달 주총에서 이사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SK그룹의 지주사인 SK㈜ 이사회 의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대표이사직은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한일 양국에서 책임경영 강화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일본에서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1년 만에 복귀해 ‘원톱’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롯데케미칼과 칠성음료 등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에서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국내 계열사에서 이사 연임이 힘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집행유예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사 이사회에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는 등 연임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등기이사는 권한 강화와 함께 큰 책임을 진다. 상법 399조에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그 이사는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의 오너 일가는 이사 등재를 거부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 소속회사 1774개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기업의 비율은 21.8%(386개)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8.7%(155개)에 불과했다.

    총수나 후계 대상자인 2·3세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는다는 것은 경영권을 행사해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이다. 즉 ‘책임경영’과 멀어진다는 의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계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어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걸을 것”이라며 “나아가 이사회 중심의 기업경영이 완벽하게 뿌리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