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I-L·T·R 3종… 최대 수심 500~2500m서 매설·파쇄·구조물 설치 등동해 실증실험·민간 기술이전 협약… 2030년 1250억원 경제효과 기대
  • ▲ 수중건설로봇 URI-T 해역실증실험.ⓒ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수중건설로봇 URI-T 해역실증실험.ⓒ한국해양과학기술원
    파력발전, 해상풍력 등 해양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장시간 수중작업을 위해 필수적인 수중건설로봇이 우리 기술로 만들어져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2022년 현장에 보급되면 연간 1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3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세계 수중로봇시장에서의 선전도 기대된다.

    26일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수중건설로봇 제작 기술 국산화를 위해 2013년부터 '해양개발용 수중건설로봇 개발사업'이 추진돼왔다. 지난해까지 국비 513억원과 지방비 170억원, 민자 131억원 등 총 814억원을 들여 2016년부터 원격무인 잠수정(ROV) 형태의 시제품 3종을 만들었다.

    경작업용 수중건설로봇 'URI-L'은 최대 2500m 수심에서 수중건설 작업을 위해 필수적인 지형 등 주변 환경 조사, 수중 구조물 용접·절단·청소, 유지보수 등 비교적 가벼운 작업을 할 수 있다.

    중작업용인 'URI-T'는 최대 2500m 수심에서 해저 전력·통신 케이블이나 파이프라인 매설 또는 중량이 큰 구조물 설치 작업을 수행한다. 워터젯을 이용해 최대 3m 땅파기가 가능하며, 중성부력을 바탕으로 해 연약한 지반에서도 작업할 수 있다.

    2017년 개발한 'URI-R'은 무한궤도를 장착한 중작업용 수중건설로봇이다. 육상의 굴착기 같은 로봇으로 다양한 보조장비를 달아 절단·메우기·고르기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최대 500m 수심의 단단한 지반에서 케이블·파이프라인 매설이 가능하고, 암반 파쇄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해저면에서 궤도로 움직이며 높은 정확도로 안정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들 수중건설로봇은 지난해 9월2일부터 10월29일까지 동해 수심 500m 해역에서 로봇 팔과 수중카메라, 암반파쇄 장치, 자동화 항법기술 등에 대한 실증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달에는 레드원테크놀러지㈜·㈜환경과학기술·㈜KOC 등 중소기업과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돌입한 상태다.
  • ▲ 수중건설로봇 UTI-R 해역 실증실험.ⓒ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수중건설로봇 UTI-R 해역 실증실험.ⓒ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바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저 자원 발굴을 위한 해양플랜트나 해상풍력 등 에너지 개발을 위한 구조물 건설 수요가 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수중건설로봇은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수중 공간이라는 새 영역을 열어주는 수단으로 해양구조물 건설에 필수적인 기술"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해외 장비를 수입하거나 임대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400억원쯤으로, 주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장비를 수입하거나 임대한다. 장비 구매비는 경작업용 수중건설로봇은 30억~50억원, 중작업용은 9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 수중건설로봇이 2022년 상용화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해외장비 임대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2030년 세계 무인수중로봇시장에서 5%의 점유율을 달성할 경우 수출 등으로 연간 125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무인수중로봇 시장은 2017년 17억7000만 달러에서 2022년 24억9000만 달러로 연평균 7.07% 성장할 거라는 게 시장 조사기관의 전망이다.

    수중건설로봇 개발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60% 중반에서 현재는 80% 초반까지 올라온 상태다. 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심해에선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작업현장 주변의 변화나 돌발상황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는 일부 수중음향기술은 세계 최초로 개발되는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음향기술은 주파수 100㎐~12.8㎑ 범위 안에서 음압레벨 -30~130데시벨(㏈)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호흡하는 소리가 10㏈로, 아주 작은 소리도 잡아낼 수 있는 셈이다.
  • ▲ 수중건설로봇 현장적용도.ⓒ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수중건설로봇 현장적용도.ⓒ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하지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수중공사 수요 등 사업 여건상 아직 대기업 참여가 미진한 가운데 중소기업이 각종 연구·개발(R&D) 장비나 비용을 충당하기엔 어려움이 큰 게 현실이다. 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국가에서 다양한 해양장비 R&D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사업화 비율은 5%쯤에 그친다"면서 "더욱이 수중건설로봇의 경우 실증비용이 육상로봇보다 평균 30배 많이 들어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사업모델을 창출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해수부와 해양과학기술원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수중건설로봇 실증·확산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360억원(국비·지방비 195억·민자 165억)을 투입해 성능을 개선하고 내구성을 높여 상용화 시기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중공사 발주기관들이 건설장비의 공사 실적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수중건설로봇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실용화 사업까지 민관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업화에 성공하면 로봇에 포함되는 수중카메라, 사람의 팔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매니퓰레이터 등 다양한 부품 신산업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 ▲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 내 수조 테스트.ⓒ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 내 수조 테스트.ⓒ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실증사업은 경북 포항시에 있는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에서 이뤄진다. 실증센터에는 최대 유속 3.4노트(시속 6.3㎞)의 조류발생장치와 물 저항 최소화를 위한 3차원 수중입자 영상유속계, 오차범위 15㎝의 수중 위치측정 시스템, 최대 3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천장 크레인, 수중 카메라 등이 갖춰져 있다. 실제 바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실험할 수 있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행록 해수부 해양개발과장은 "실해역 시험 성공과 민간기업 기술이전 협약 체결로 수중건설로봇 사업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수중건설로봇이 국내는 물론 전세계 해양산업 현장 곳곳에서 맹활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