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침체에 인천·서울 미달 단지 속출원가 공개 더해져… 업계 "주택사업 위축 우려"
  • ▲ 아파트 신축 현장. ⓒ성재용 기자
    ▲ 아파트 신축 현장. ⓒ성재용 기자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정부의 잇단 규제로 청약 미달 사례가 나타나고 건설업체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어 앞날이 깜깜하다. 여기에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로 공급량 축소 기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27일 아파트투유 분석 결과 최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공급된 '검단 센트럴 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에서 1439가구 모집에 1154명만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튿날 2순위 분양을 통해 공급 가구 수를 채웠지만, 순위 내 청약경쟁률은 1.04대 1에 그쳤다. 예비당첨자를 감안하면 사실상 미달인 셈이다.

    특히 전용 84㎡B타입과 105㎡는 청약에서 모두 신청자가 공급가구 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84㎡B의 경우 229가구 모집에 139명, 105㎡는 320가구 모집에 127명이 청약 접수했다.

    지난 2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부평구 '부평 지웰 에스테이트'도 미달됐다. 이 단지는 145가구 모집에 111명이 신청, 3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튿날 2순위 청약에서 잔여 가구를 채우며 최종 1.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역시 예비당첨 비율 140%에 못 미치면서 사실상 미달됐다.

    서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울은 분양단지마다 두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청약 불패'시장으로 불렸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1월 말 분양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전체 730명 모집에 순위 내 1706명이 지원, 서울에서는 다소 낮은 2.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115㎡B~D타입은 1순위에서 미달됐고, 115㎡D는 2순위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일정을 마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제도 개정으로 1순위 자격이 강화됐고 대출 규제가 세진 데다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지금 분양받아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만큼 청약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견건설업체의 다음 달 주택공급 물량도 크게 줄어든다.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집계한 3월 분양계획 물량을 보면 중견건설사들은 모두 690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3월 1만3319가구에 비해 48.1% 줄어든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수도권의 경우 4943가구에서 2318가구로 53.1% 급감하며 수도권 외 지역 역시 8376가구에서 4586가구로 45.2% 감소할 전망이다.

  • ▲ 자료사진. 최근 선보인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 ⓒ신영
    ▲ 자료사진. 최근 선보인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 견본주택 내. ⓒ신영

    여기에 분양원가 공개 압박이 더해지면서 서울·수도권 청약시장 전망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의 분양가 공시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지난 22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해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올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건설업계의 반발로 위원회 심사가 추가되면서 시행이 지연됐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존에 택지비 3개, 공사비 5개, 간접비 3개, 기타 1개 등 12개로 공개해왔던 공공택지 분양원가 항목을 택지비 4개, 공사비 51개, 간접비 6개, 기타 1개 등 62개로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현재 5개 분야로만 구분된 공사비 항목이 △토목 13개 △건축 23개 △기계설비 9개 등 50여개 항목으로 세분화된다. 택지비(4개), 간접비(6개) 등도 구체화된다. 업계에서는 법제처 심의를 무난히 통과해 이르면 3월 중순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적정 가격에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서는 분양원가 공개 확대로 분양가가 낮아지기보다는 공급 위축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처음 도입된 분양원가 공개제도는 공공택지 61개, 민간택지 7개 항목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했으나,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공급을 줄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2007년 전국에 공급된 분양물량은 총 29만가구였지만, 2008년 들어서는 전년의 85.9% 수준인 25만가구만 공급됐다. 2009년 23만가구, 2010년 20만가구로 물량이 꾸준히 줄었다.

    결국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12개로 줄었다. 이후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는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를 폐지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이번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로 제도를 되돌린 셈인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과거에도 분양원가 공개로 집값이 하락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민간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업기밀이 담긴 원가공개의 부담과 소비자와의 분쟁 등은 주택사업의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재현 본부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일시적으로 분양가가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더 꺼리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며 "주택공급이 줄어들면서 주택가격 상승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이미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분양시장이 침체된 만큼 애초에 분양가 자체를 높일 수 없는 상태"라며 "미분양‧미입주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을 너무 조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