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안전문제-주민의지 등 복합 작용신탁방식 도입도 한 몫… "타 단지, 시뮬레이션 통한 판단 필요"
  • ▲ '방배삼호 아파트' 항공사진. ⓒ한국토지신탁
    ▲ '방배삼호 아파트' 항공사진. ⓒ한국토지신탁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조치 이후 처음으로 통과한 단지가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가 안전진단 종합평가 결과 총 47.2점을 받으며 D등급(조건부 재건축) 범위 내에 포함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소위원회를 개최해 방배삼호 재건축의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 D등급으로 최종 확정했으며 이를 관할기관에 통보했다. 이로써 방배삼호는 재건축을 위한 첫 단추를 무사히 꿰었다.

    방배삼호의 안전진단 통과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건축물 노후도 충족이다. 방배삼호는 단지별로 1975~1976년도에 준공돼 만 43~44년이 된 건물로, 법인세법에서 규정한 건물 잔존가치의 척도 기준인 내용연수 평균 40년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현재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상 안전진단 실시 가능 공동주택 연한이 30년임을 볼 때 그 노후도를 짐작할 수 있다.

    안전진단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주차난이 심각하고 동절기 소화전의 동파사고 반복으로 소화전이 퇴수 조치된 상태이기 때문에 동절기 화재시 소방 활동이 용이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또 노약자에 대한 생활환경이 취약했으며 라디에이터 방식인 거실 난방의 열효율이 극히 저하되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다음으로 1988년 내진설계 기준이 제정되기 전 준공돼 지진에 대한 내하력이 취약했으며 계단 난간 등이 부식돼 계단 철근이 노출되는 등 안전사고에 취약한 점도 감안됐다.

    기계실 등의 입구가 하늘을 보고 있어 폭우시 단지 내 공동구 등 지중구조물이 침수 가능한 구조였으며 최상층의 천정 마감재에서 발암물질인 백석면이 검출되기도 했다. 또 층간소음 및 구조안전이 취약함에도 개선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고려됐다.

    이에 최종 성능점수상으로는 조건부 재건축 결과를 보였으나, 실상은 시급을 다투어 해결해야 할 안전 관련 문제가 산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할 방안은 재건축이 유일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아울러 주민들의 재건축에 대한 열망도 통과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배삼호는 2006년 추진위 승인을 받은 후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추진 주체가 와해되는 등 그 추진이 유명무실한 상황이 지속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2017년 신탁방식으로 사업방식을 전환했고, 안전진단 기준 강화 이후 서울시에서 최초로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안전진단 비용의 원활한 확보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토지 등 소유자 10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 입안권자에게 안전진단을 요청하는 경우 입안권자는 현지조사를 통해 안전진단 실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비용은 통상 요청자에게 예치금 형태로 납부토록 한다. 현재 재건축 추진을 위해 안전진단 비용을 모금하는 단지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방배삼호의 경우 신탁계약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이후 정산하는 조건으로 그 비용을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토신 관계자는 "본 안전진단 통과가 향후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마포 성산시영아파트,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단지는 안전진단 신청 전 성능점수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방배삼호 아파트' 안전진단 결과. 자료=한국토지신탁. ⓒ뉴데일리경제
    ▲ '방배삼호 아파트' 안전진단 결과. 자료=한국토지신탁. ⓒ뉴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