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처인구 6주연속·평택시 17주연속 집값 하락세역북지웰푸르지오 84㎡ 5.8억…최고가대비 1.2억원↓고점인식·인프라부족·토허제영향…평택, 미분양무덤
  • ▲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공사현장 전경. ⓒ용인시
    ▲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공사현장 전경. ⓒ용인시
    경기 용인·평택시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에 이어 집값 회복세에 탄력이 붙은 수도권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반도체 효과로 집값이 뛴지 1년만에 시장분위기가 180도 바뀌면서 '반세권(반도체 역세권)' 입지가 되려 독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주 기준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6주연속, 평택시는 17주연속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집값이 6개월만에 상승전환한 수도권에서 하락세가 이어진 곳은 용인·평택시외 미분양관리지역인 안성시, 광주·파주·포천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인구는 지난해 반도체 호재로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뛴 곳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를 시스템반도체 특화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이곳을 인접한 화성·평택·이천 등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와 엮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게 정부 구상이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당시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처인구 아파트값은 정부발표 이후인 지난해 3월 5주차를 시작으로 6월 2주까지 12주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이 회복조짐을 나타내자 처인구 집값은 꺾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거품'이 빠진데다 집값 고점 인식과 인프라 부족 등이 겹치면서 가치 저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처인구 역북동 '역북지웰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14일 5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해당면적 매물은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 7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이후 5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후 다시 6억원대를 회복했지만 올해 2분기 들어 5억원대 후반으로 다시 내려앉고 있다.

    같은지역 '역북1단지우남퍼스트빌' 전용 67㎡도 지난달 16일 직전거래보다 3200만원 빠진 3억48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역북동은 에버라인 경전철이 있어 처인구에서도 비교적 대중교통 인프라가 좋은 지역으로 평가되지만 가격은 여전히 정체돼있다"며 "거래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데 가격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공인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있다고는 하지만 서울 강남역까지 거의 1시간이 걸린다"며 "반도체 호재로 미래가치는 높지만 현시점에서 가격이나 수요가 갑자기 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처인구 남사읍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3단지' 전용 84㎡도 정부발표 직후인 지난해 3월말 4억5000만원까지 오르며 5억원대 진입 기대감을 높였지만 다시 4억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거래가격은 4억원이었다.

    특히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에 따른 투기행위 차단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집값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핵심 반세권으로 꼽히는 평택시는 개발호재를 노린 과잉공급 탓에 '미분양 무덤'으로 전락했다.

    지난 4월말 기준 평택시 미분양물량은 2641가구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안성시(1495가구)보다 1146가구나 많다.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매매가격도 내려앉았다.

    고덕신도시 대장주로 꼽히는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는 2021년 9월 9억2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하며 '10억클럽' 가입을 목전에 뒀었다.

    하지만 지난 1일 거래가는 6억2700만원으로 최고가대비 2억9300만원 하락했다.

    최근 하락세를 가격조정 단계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생산공장 등 대형시설이 들어오면 업무종사자들의 주거·소비수요가 늘고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계획발표부터 생산시설 완공후 가동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적잖은 만큼 중간에 가격조정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