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측도 부인 "아는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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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해운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해운재건을 주도해야 할 정부가 업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칫 잘못된 방향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 문제가 1년 만에 다시 거론됐다. 해양수산부가 현대상선과 SM상선 간 통합 추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이번 합병설 역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수습은 오롯이 선사들의 몫이 돼 버렸다. 현대상선은 이번 합병설 관련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고, SM상선 역시 1년 전 이미 합병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런 논의가 나온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 경제사절단에 동행 중인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해운재건이라는 중책을 이끌고 가야 하는 관계자들이 안정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해운업계는 현재 중대차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대상선 차기 수장으로 배재훈 전 범한판토스 대표가 선임된 것과 맞물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으로 문성혁 세계해사대학 교수가 내정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 측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온 통합 논의는 업계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해운재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책들을 제시하지 못한 채 충분한 검토 없이 이같은 말을 흘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두 회사의 통합은 현 상태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8년째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5765억원으로 올해부턴 정부의 자금 지원 없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다른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

    SM상선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에는 미 동부 노선을 시작으로 중동 및 유럽 노서 신규 개설을 적극 모색해 나갈 방침"이라며 SM상선과 현대상선 간 합병설과 관련해 "현대상선과의 통합 또는 합병계획은 없다"고 다시 한번 못 박았다.

    SM그룹 해운부문 김칠봉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전 임직원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불거진 합병설은 SM상선의 임직원뿐만 아니라 새롭게 대표이사를 맞이한 현대상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론,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 논의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사들도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내년이면 현대상선이 참여하고 있는 2M(머스크·MSC)과의 협력 관계가 종료된다는 점도 통합 논의에 불을 지피는 이유 중 하나다. 현대상선은 2M과 재협상을 하거나 최대한 빨리 새로운 동맹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두 선사는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자산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은 운항 노선 상당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현대상선과 SM상선은 서로 보완적인 자산이 없다"면서 "현대상선이 몸집을 불리거나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SM상선과의 통합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앞서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설은 지난해 3월에도 거론된 바 있다. 당시에도 우오현 회장은 현대상선과의 합병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

    두 회사는 노선 협력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여왔다. 현대상선은 SM상선과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SM상선은 현대상선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신경전을 이어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이 해운재건을 위해 선사들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통합 논의는 오히려 갈 길 바쁜 선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